<굿모닝 미스터 오웰>, 참고 영상1, 참고영상2

양경식 교수

　1984년 1월 2일 새해를 알리는 신년 아침, 여태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상들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송출되는 정체불명의 이 영상들은 마치 브라운관의 주사선이 잘려나간 상태를 보고 있는 듯 화면은 모두 왜곡되고 변형된 이미지 상태였다. 전위무용수 머스 커닝햄의 생경한 춤동작들이 내 눈을 사로잡는가 하면 여성 첼리스트 샬롯 무어맨의 현란한 첼로 연주가 화면에서 지직거리는 소음을 동반하다 일그러지고, 무녀의 푸닥거리 영상이 겹쳐지는 등 온갖 장르 수십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뿜어내는 퍼포먼스가 한 시간에 걸쳐 방영되었다. 필자가 고3 때인 1984년 신년 아침,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우연히 보게 된 이 영상에 넋을 놓을 만큼 빠져들었다.

　무방비 상태인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안방을 사전 예고도 없이 점령한 이 영상은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야심찬 인공위성 프로젝트였다. 인공위성을 통해 뉴욕과 파리를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송출한 생방송을 독일, 네덜란드, 일본, 한국 등에 동시에 중계한 것이었다. 뉴욕과의 시차 때문에 우리는 1월 1일 새벽 한시에 방영되었고 이를 다음날인 1월 2일 아침에 다시 재방영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1984년’은 조지 오웰이 1949년도에 출간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책이다. 30여 년 후인 ‘1984년’에 이르면 텔레스크린을 통한 ‘빅 브라더’의 감시체계와 통제 하에 전 인류가 세뇌당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 소설이었다.

　모국을 떠난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며 타계할 때까지 일본, 독일, 미국 등을 무대로 전위적인 작업을 했던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디스토피아적인 인류의 미래를 예견한 조지 오웰의 ‘1984년’이 틀렸음을 말하는 백남준의 비디오 퍼포먼스다. 그래서 백남준은 실제 1984년 1월 1일을 D-day로 설정해 ‘아직 우리는 건재하다’는 것을 그의 전매특허인 비디오 영상작업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하여 디스토피아적인 오웰의 예견에 쐐기를 박았던 것이다.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기 전인 1980년대에 지구를 하나의 정보단위로 파악하고 실행한 백남준의 행위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위성을 통해 대륙을 연결하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구상했으며 이의 실현으로 1984년을 기점으로 매체가 인류를 지배하게 된다는 오웰의 주장을 역전시켜버렸다. ‘빅 브라더’의 통제 수단인 텔레비전이 오히려 세상이 하나의 지구촌임을 보여주는 매체로 기능한다는 것을 비디오와 텔레비전, 위성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이를 증명한 것이다.

　과거 백남준은 1984년을 통한 오웰의 예견을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고 했다. 필자 생각엔 백남준의 생각도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매체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등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이든 악이든 오웰이 설정한 ‘1984년’이 도처에 존재한다. 초스피드로 진화하는 매체를 목도하는 우리가 ‘빅 브라더’의 통제에서 벗어낫다고 자만할 때만은 아닌 것이다. 오웰의 ‘1984년’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