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8명과 함께 베트남으로 해외 교육기부 및 농업봉사를 다녀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베트남에 입국하는 날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날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밤늦게 도착해 시내 숙소로 들어가는 동안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들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베트남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연이라면 기막히게도 베트남에서 출국해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도 박항서 감독이 함께 탔다.

　학생과 함께 해외로 교육기부 및 농업봉사를 가는 것은 우선 부담이 된다. 학생들과 함께 숙박을 하는 활동(현장 견학 및 연수 등)은 지도교수의 책임이 커지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교수님들께서 기피하는 하나의 일이 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을 기획하면서 가지게 되는 마음은 학생들이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인재로 커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의 엘리고아원과 국립하노이사범대학교를 방문하여 과학캠프를 운영한 뒤, 8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현지 농장에서 사료용 옥수수 수확을 수행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난생 처음하는 활동에 낯설어하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성실하게 각자 맡은 역할들을 수행했다. 베트남 대학생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 어울리고 떠들고 웃는 모습에서 개방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낯선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오랜만에 어릴 적 집에서 옥수수를 수확하고, 남은 옥수수대의 아랫부분을 씹어먹을 때 느꼈던 달콤함이 떠올랐다. 옥수수 수염에 있는 조명충나방 애벌레를 설명하면서 사료용이나 유지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만들 때 도입한 해충저항성이 바로 이 조명충나방 애벌레에 대한 저항성임도 가르쳐 주는 기회도 됐다.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쌀국수를 비롯한 냄새와 맛이 다른 음식도 거림낌없이 먹는 모습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미래 모습도 그려볼 수 있었다.

　몽골에서도 그렇고, 베트남에서도 그렇고 학생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과 제주도라는 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점도 있지만, 기성 세대로서 가장 아쉽게 다가온 것은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현지에서 유심칩을 사서 인터넷에 접속해야하는 모습이었다. 숙소와 식당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었기 때문에 별 필요가 없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학생을 제외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유심칩을 샀다. 나의 이런 반응은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단어처럼 나에게서 자꾸만 나타나는 ‘꼰대’의 모습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쉽게 비추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시간에 베트남의 자연과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길 바라지만, 기성세대인 나의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우리 학생들은 베트남에서 어떠한 경험을 했을까? 살아가는 인생가운데서 어떤 의미로 남을까? 2019년 새해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재능을 나누고, 해외로 진출하는 꿈을 키우길,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임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