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인 남미의 베네수엘라. 이곳 도시 골목길에선 아이들이 지폐를 접어 비행기나 배 등을 만들며 장난한다. 심지어 돈을 갈기갈기 찢어 바람개비 놀이도 한다. 장난이 끝나도 아이들은 장난감을 되갖고 올 생각을 않는다. 돈을 그냥 버리는 것이다. 돈 가치가 없어 지폐를 그저 종이로 생각하는 것이다. 작년 물가상승률만 무려 130만%에 달하는 초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파탄 상황에 놓인 베네수엘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베내수엘라.- 식량난(難), 초(超)인플레이션, 급증하는 범죄 등을 견디지 못하고 국외로 탈출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의 10%인 33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유엔의 통계가 나왔다. 급기야 인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정부가 밀려오는 베네수엘라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베네수엘라는 5년 만에 경제 규모가 반토막 났다. 극도로 부족한 생필품과 식량 때문에 지난해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의 평균 몸무게가 11㎏이나 줄었다고 한다. 먹지 못해서다.

　최근 쌀 1㎏의 가격은 22만‘볼리바르’다, 두루마리 휴지 4개 묶음 한 팩은 17만‘볼리바르’라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근로자 임금이 월 평균 39만‘볼리바르’라니 저소득층은 한 달 월급으로 쌀 1kg과 휴지 한 팩을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생필품을 사려면 지폐를 사과상자에 빼곡히 담아가야 한다. 이렇게 화폐가치가 떨어졌으니 길거리엔 지폐가 널브러졌다. 심지어 종이가 부족해 신문사 13곳이 문을 닫았다. 도둑도 돈은 놔두고 집안 물건만을 훔친단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를 팔아서 마련한 돈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연금제도에 예산을 퍼부었다. 차베스의 복지정책 ‘그랑미션’은 한때 1988년 49%였던 빈곤율을 2012년 최저치인 25%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베네수엘라는 경제파탄을 맞았고, 지난 2015년 빈곤율은 73%로 3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베네수엘라에 비극을 불러온 무상복지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당장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정부는 ‘그랑미션’이라는 복지정책을 만들어 갖가지 분야에 공짜로 돈을 풀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가재정의 95%를 석유에만 의존하고 다른 분야의 산업.기업들을 성장시킬 생각을 않았다.

　작년 8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50만 배럴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로 한창 돈을 벌어들일 때 일일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 수준이었다. 유가 하락과 원유 생산량 감소로 수출액이 급감하다 보니, 베네수엘라 경제는 엉망이 된 것이다. 특히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남미(南美) 좌파벨트를 이끈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차베스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여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무상복지 등 선심성 정책에 예산을 퍼부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하고 불경기가 나타나면서 극심한 재정난을 야기한 것이다. 달콤한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