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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해를 맞이하며
김광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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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0  17: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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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등 뒤로 하고 희망찬 황금돼지해 속으로 진입했다. 지난해를 저 멀리 두고 떠나왔지만 그렇다고 모든 짐을 훌훌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시간은 연속성을 지니고 그 선상 어딘가에 우리는 방랑자처럼 무겁게 서있을 뿐이다. 또 어느 곳을 떠돌이별처럼 떠돌아다닐지 알 수 없다. 앞서 살아왔던 방식대로 새해를 맞이하고 또 그렇게 보내면 되겠거니 하다가도 아, 이건 아니지 하고 옷깃을 여미어 앉아 새해 설계를 구상해보지만 사실상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다. 앞길에 서광이 비칠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허덕일지.

미래는 빛과 어둠으로 양분되어 있다. 미래를 긍정 쪽으로 가져가느냐 부정 쪽으로 가져가느냐 하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미래를 더욱 긍정적인 쪽으로 승화시켜나갈 것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쪽으로 휘몰아갈 것이다. 어쨌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마음먹은 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긍정과 부정 가운데 내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더라도 앞에 가로놓인 환경이나 여러 정황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존적 사고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고, 여기에 내가 없다면 부재한 나는 나를 감각하거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없는 나는 당연히 밥을 먹을 수도, 일할 수도, 누군가를 만날 수도, 성찰할 수도, 꽃의 아름다움과 추함 등을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세상을 감각하고 인식하고 상상하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사실 그것은 얼마나한 혜택이며 고마움인가.

이 세상을 살다간 사람이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미래에 올 사람까지를 포괄해서 인간인 이상, 인간이므로 모두 존귀하고 아름답다. 내가 나를 무가치하고 하등한 존재라고 폄하하는 순간, 그런 생각은 타인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너는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불행의 씨앗이 되고, 모순이 되고, 성가신 존재가 되고, 심지어는 증오의 대상일 뿐 아니라 적인 상태로까지 발전한다. 서로 간에 불신이 작용한다.

내가 존귀한 존재라면 타인도 존귀한 존재다. 나는 존귀한 존재지만 타인은 벌레만도 못하다는 인식은, 또는 나의 구상이나 설계는 가치 있는 것이고 타인의 설계는 무가치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궁극적으로 사회갈등과 혼란을 부추긴다. 최근 제주지역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제주신공항 및 제주영리병원 문제 등 누적된 많은 난제들이 그렇다. 일부의 사람들인 경우 유치를 찬성하는 쪽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 도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는 강행하는 쪽으로 생각을 굳히는 듯하다. 특히 영리병원에 대한 인허가는 도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앞서의 공표를 묵살한 행위다. 도정의 공신력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올해가 황금돼지해란다. 돼지해면 돼지해지 구태여 앞에 황금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금’ 하니, 진짜 번쩍거리는 황금이 떠오른다. 돈(복)이 굴러들어온다는 뜻인가. 그래 모두들 돈을 많이 벌면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생활이 윤택해질 테니까. 허나, 그것도 알아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는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만, 양자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할 때는 다수의 올바른 판단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 원칙임과 더불어 토의와 공론을 중시하는 숙의민주주의의 완결이라는 것을. 적어도 그것이 존중되었을 때 그 사회의 미래는 보다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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