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오성조 사진전 ‘돌담에 흐르는 시간과 흔적들’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오성조 작 'stone wall Edition No.14'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제주를 일컬어 흔히 삼다(三多)의 섬이라 한다. 이 삼다의 한 가지가 바로 돌이다.

지질학적으로 다섯 차례 화산 분출기로 탄생한 섬 제주는 한라산과 오름, 동굴, 계곡 등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이중 도민들의 삶에 가까이 있는 것이 바로 돌담이다. 예부터 조상들은 거센 바람과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흩어진 돌들을 모아 밭담과 울담, 성담 등 많은 담을 쌓았다.

이러한 돌담들은 도민들을 돌보며 함께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각종 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돌담을 볼 수 있는 곳이 제주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를 안타까워하며 한 사진가가 카메라를 들었다.

오성조 사진가의 개인전 ‘돌담에 흐르는 시간과 흔적들’이 오는 18일까지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수년간 제주 전역을 거닐며 찍은 돌담 사진 작품 18점을 만날 수 있다.

작품 제목은 모두 ‘stone wall’이다. 사시사철 돌담이 함께한 제주의 자연과 풍경들을 담았다.
작품에서 돌담은 수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봄에는 마치 유채꽃과 청보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경호원으로, 여름에는 청명한 하늘과 더불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자연을 지탱한다.

가을에는 억새와 노을을 더욱 깊게 물들여주며 제주의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또 겨울에는 돌 사이에 쌓인 눈송이를 받아들이며 주변 자연과 흑백의 경관을 이룬다.

오 작가는 지난 12일 오후 3시에 열린 개막식에서 “긴 세월 비바람과 모진 시련 속에서도 돌담은 무너지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존재”라며 “검은 돌담들을 세상에 알리고자 개인전을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도민들이 돌담을 더욱 소중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를 찾은 한 이주민 관람객은 “돌담은 제주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 아니면 생소한 자연”이라며 “그래서 돌담은 더욱 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생각하고 오직 제주의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두고 “돌담은 훼손되고 사라지는 사회적 상황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돌담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을 재생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오성조 사진가는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제주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