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20대 청년이 제주 해안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직장내 괴롭힘 방관 때문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직장내 괴롭힘과 회사의 안일한 대처로 27살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A사는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밝혔다.

공공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가문동 해안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김모(27)씨는 제주국제 공항에서 특수경비원으로 3년째 근무해왔다.

김씨는 2016년 5월부터 제주국제공항 특수경비원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2017년 2월1일부터는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주국제공항의 특수경비 용역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A사 소속으로 변경됐다.

소속이 변경된 이후 2년 동안 김씨는 직장내 선배인 강모씨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이를 참다 못한 김씨는 지난해 10월8일 A4용지 6장 분량의 강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때 김씨는 강씨를 다른 근무지로 전출시켜달라는 요구도 했다.

A사는 김씨가 진술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지난 11월13일 김씨를 본사로 불렀다.

유가족은 당시 면담을 가졌던 A사 팀장이 김씨에게 “2년간 참다가 왜 이제야 밝히게 됐냐”며 “진술서를 작성하는 배후에 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A사는 김씨와 강씨 두 사람과 면담을 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11월16일 예정됐던 강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취소됐다.

한편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으나 강씨가 가입해 있는 노조 간부들은 강씨의 징계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지난달 3일 회사에 제출했다.

강씨는 해당 노조의 조직부장을 맡고 있었다. 김씨도 이 노조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8월 탈퇴했다.

탄원서가 제출되고 3일 후 김씨는 실종됐고 닷새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유가족은 “A사의 방관으로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A사는 아들(김씨)의 진술서를 받고 한달 동안이나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30일 A사와 김씨, 강씨와의 3자 대면이 있는 날, 강씨가 가입돼 있는 노조 지회장이 참석했다”면서 “참석할 예정이 없던 노조 지회장이 참석하면서 아들(김씨)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가 조직부장인 강씨를 옹호하고 김씨를 철저히 소외시켰다”며 “약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현재 사측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