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하반기 통계청장을 전격교체하면서 통계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정국이 경색된 바 있다. 사실 행정은 늘 장밋빛 통계를 기대한다. 통계수치가 잘 나와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차하면 통계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는 의욕이 앞서서 좋지 않은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미거나 입맛에 맞는 수치만 골라 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조작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로서‘디니 맥마흔’은 ‘중국의 부채 만리장성’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통계 숫자 뻥튀기는 구조적이다”라고 힐난(詰難)했다. 그 지경에 이른 것은 통계가 잘 나와야 지방정부 책임자가 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더 영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자치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중국관광객 특수가 지속되면서 관광통계는 지역관광협회 주관으로 조사되어 일별·월별 내도(來島)관광객통계가 공표되고 있다.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관광협회가 자체 개발한 통계조사방법, 보기에는 그렇게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내도관광객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 결과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지역본부 등과 같은 독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결과와 충돌하는 경우도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관광협회의 통계자료는 2010년을 전후하여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서 중국자본의 투지유치 여부나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개항여건 조성 여부, 크고 작은 관광정책수립 등에 주된 판단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그 결과 관광협회의 통계에 의한 관광수입과 한국은행의 그것이 서로 상충하는 상황도 드러나고 있다. 물론 관계기관 간에 통일적 일원화를 위해 협의가 진행 중이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관광객 중 표본을 추출해서 평균지출액을 산출한 후 전체 관광객 수에 대입하는 관광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도내 관광수입 규모는 예컨대 2010년 3조3000억원, 2011년 4조5000억원, 2012년 5조5000억원, 2013년 6조5000억원 등으로 나타나나, 일정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 판매한 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업종별 총 산출액을 도민과 관광객으로 나눠 추계하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그것으로는 2010년 2조3000억원, 2011년 2조8000억원, 2012년 3조1000억 원, 2013년 3조7000억원 등으로 나타나 불일치 양상이 매우 현저하다.

양 기관의 관광수입 규모의 오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관광수입 통계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고 대충 넘길 사안은 아닐 듯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결정에 크게 반영되는 관광협회의 통계 신뢰도가 그만큼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제주도가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역관광불경기가 지속되는 가운데서 그 치적을 내세우며 태평성대를 노래할 수 있는 빌미를 조작할 여지를 그만큼 키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우려되는 상황은 제2공항개항 여건조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자료들이 본의 아니게 부풀려져 과대 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제대로 된 제주, 제주다운 제주의 미래’를 위하여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제3의 통계기관을 설치를 서둘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정책결정과 그 시행으로 도민사회의 평화가 상시적으로 유지되는 길을 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