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주4·3수형생존자들이 제기한 재심재판 여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법원의 판단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70년 간의 한이 풀릴 수 있을 지 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3수형생존자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4·3군법회의 재심청구 사건의 최종 선고가 17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2017년 4월19일 재심을 청구한지 1년 9개월, 재심 첫 공판으로부터 4개월만이다.

이들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와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내란죄 등의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까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절차도 없이 형무소로 끌려갔다. 예심조서는 물론 판결문도 없었다.

이들과 같이 불법군사재판으로 사형과 무기징역,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2530여명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복역 중 처형을 당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후 2017년 18명의 수형생존자들은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재판의 판결문이 남아 있지 않아 재심 결정부터 미지수였으나 제주지법 재판부는 지난해 9월3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을 결정하며 “70년 전 도에 군법회의가 설치·운영된 것이 사실로 판단되며 군법회의가 수형생존자들에게 적용된 죄목에 관한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재심청구인들의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재심 결정 이후 3일만에 즉시 항고를 포기했고, 재심 청구 1년 6개월여만에 재심 첫 공판이 열렸다.

한편 지난해 11월26일 피고인 신문이 실시됐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18명에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이 과정에서 공판검사는 4·3수형생존자들을 향해 “제주도민들에게 아물지 않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수형생존자 변호사 측은 공판검사의 공소기각 구형에 대해 “사실상 수형생존자들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에서 수형생존자들을 변호한 임재성 변호사는 “검사의 공소기각 구형을 환영한다”며 “재판부께서 피고인 18명 모두가 남은 생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피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제주지방법원은 2017년 4월 19일 4·3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4·3재심청구소송에 대해 1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9월 3일, 역사적인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3수형생존자들은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이번 선고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