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업의 경제성과 지역균형개발 등 지역사회 기여도 측면에서 적합한 사업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후에도 다시 타당성 조사를 마치도록 한 규정만 보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지역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14개의 지역 활력프로젝트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조기 착공하겠다”고 한 말은 원칙에 어긋난다. 다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결정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제주신항만 개발사업과 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신항만 건설은 제주 내외항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항만 주변 지역은 물론 공사자재 확보 등을 위해 제주의 환경을 크게 훼손시킬 사업이다. 더구나 도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크루즈선 부두를 위해 신항만을 건설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미 서귀포 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으므로 이곳을 이용하면 크루즈관광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제주항의 부족한 선석은 항만시설을 늘려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된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그제 논평을 통해 “지금 당장 제주도에 필요한 사업은 크루즈산업을 위한 제주신항만이 아니라 심각한 하수처리문제의 해결”이라며 “도두하수처리장의 현대화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주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 신항만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의 즉각 철회는 물론 정부도 제주신항만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반드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