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주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의미있는 논의를 했다. 이들은 지방분권의 조속한 실천과 재정분권을 강화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촉구했다. 물론 새삼스러운 요구는 아니지만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이 말로만 그쳐 실행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논의와 요구여서 관심을 끈다.

　다만,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이미 중앙권한이 대폭 이양된 상태여서 지방분권이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제주의 시급한 현안은 폐지한 기초단체를 부활하는 것이다. 법인격이 있는 기초단체가 설치돼야 그나마 다른 지방들처럼 지방분권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원희룡 도정의 행정시장 직선제는 합리적이지 않다. 직선제의 탈을 쓴 새로온 형태의 시장 4년 임기 보장과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만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결과만 주어질 뿐이다.

　제주도의회 역시 원 도정이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수용할 태세인 듯하다. 하지만 기초단체 부활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어 본격적인 기초단체 부활 논의 점화도 기대된다. 만약 도의회마저 지방분권의 대전제인 기초단체와 기초의회 부활을 외면한다면 도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혹여 도의회의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점 때문에 기초단체의 부활을 원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지방의원이라고 할 수 없다. 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거부하고 의회는 물론 도민을 상대로 기초단체 부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제주에서 개최한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의에서 제주지역 기초단체 부활을 논의하지 않은 원 지사의 처신 역시 실망스럽다. 진정한 협치와 지역 통합은 순수 지방자치제 아래서라야 더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