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사업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기 개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조기 개항’을 언급하긴 했으나 사업추진 절차상에 문제가 있고 주민이 반대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마치 헌신짝 취급하듯 하면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지금 제2공항을 밀어붙이는 국토부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의 모습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이대로 가면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제2의 강정사태와 같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국토부는 문 대통령의 제2공항 관련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국토부가 대통령의 공약을 무시하는 데에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책임도 크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보다도 민의를 존중해야 할 장관이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과 도민행동은 물론 시민단체와 정면 대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죽하면 제2공항 반대 측이 내년 총선에서 김현미 장관 낙선운동을 펴겠다고까지 말하겠는가.

　이제 제2공항 문제는 사실상 국토부의 영역을 벗어났다. 국토부 장관은 제2공항 일방적 추진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정의 공정성에 반(反)한다는 사실을 직시해 청와대와 사업 추진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일단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현지 주민과 도민들이 요구하는 사전 부지 선정 타당성 조사 조작 의혹 등을 명백히 밝힌 후 사업 계속 추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분포한 동굴을 철저히 조사하고 10개의 오름을 절취하는 문제는 물론 가장 후보지로 적합했다는 대정읍 신도2 후보지를 탈락시킨 의혹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