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 과일 성수기인 설 명절을 앞두고 요즘 노지감귤을 비롯해 만감류 출하로 생산농가들이 바쁘다. 한 해 농사를 제대로 보상받기 위한 손놀림이 분주한만큼 가격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런데 실제 가격은 어떤가.

　농자재 가격이 매년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경영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감귤 가격이 호조를 이어가지 못하면 농가의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논리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만감류 가격은 농가의 한숨을 자아낼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현실이 되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이 결국 농가들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댓가를 돌려받는 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농가들에게서 비롯됐다고 만도 할 수 없다. 제주도정의 농정비전과 전략목표는 ‘도민과 함께, 농업인의 소득과 미래가 커지는 제주농업’이다. 행복과 미래가 있는 제주 농업·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이 제주도정의 야심찬 정책목표다.

　과연 지금 제주농업이 처해 있는 현실이 소득이 늘어나고 행복이 보장되는 길로 가고 있을까.

　문제는 소득이 없이는 미래와 희망도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7년도 전체 감귤재배 면적 2만140㏊ 중 만감류는 3932㏊로 19.5%에 이르고 있다. 노지감귤 재배면적을 구조조정 한다는 명제 하에 자유무역협정(FTA) 기금 사업으로 만감류 부문에 지원돼 2013년 1927㏊에서 최근 5년 사이에 갑절 이상이 증가된 것이다.

　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증가되고 있음에도 만감류를 위한 유통정책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제주도가 만감류 차별화와 브랜드화를 위해 도민의 혈세로 20여 곳에 만감류 광센서 선과기를 지원했는데 몇곳이나 정상적인 운영이 되고 있는지 엄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사후관리에 따른 점검과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가 근본이념이다. 과연 오늘날 농협은 협동조합의 근본이념을 추구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는지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채산성이 있는 경영도 매우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의 근본사업인 지도와 경제사업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인식해야 한다.

　가격지지와 수급조절에 통한 소득보장을 위한 매취사업의 시행과 확대가 반드시 실행돼야만 한다. 물론 매취사업은 이익과 손실이 교차하는 게 현실이지만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생산농가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점들을 대오 각성해 스스로가 자정결의를 해야만 한다. 행정, 의회, 농협은 노지감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전체 감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만감류 생산과 유통 대책을 강구할 때다. 이렇게 해야만 진정한 감귤 조수입 1조원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