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험준한 산길을 가고 있던 중에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한 여인을 발견하였습니다.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를 시켜 무슨 연유에서 울고 있는지를 알아보라 일렀습니다. 자로는 그 여인 앞으로 다가가 물었습니다.

  “대관절 왜 이 깊은 산중에 홀로 무덤가에서 우는 것이요?”

  그 여인이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이 산중에 사는 사람인데 저의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해를 당하였습니다.”라며 다시 구슬피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의 말을 들은 자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왜 이사하지 않고 이 깊은 산중에 사는 것이요?”

  자로가 물었습니다.

  “저도 여러 번 이사할 생각을 아니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곳에 살면 호랑이만 무서울 뿐, 혹독한 세금을 징수당하거나 재물을 빼앗는 관리들도 없고, 뇌물을 주어야 할 경우도 없질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로에게서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도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고사성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입니다.

  요즘 집안의 가장이나 살림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금과 공과금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세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 동네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왔을 때 아버지께서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윗방 아랫방의 사이에 전깃불 한 개를 켜 놓고 쓰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기껏해야 1년에 한 번씩 마을 이장에게 내는 리세나 한 달에 이삼백 원씩 내는 전기세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봉급 타다 세금 제하고 나면 살림할 돈이 없다고 주부들이 아우성입니다. 저는 어쩐지 정부에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하물며 살기 어려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정부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가끔 행사 때마다 태극기 앞에 서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나로서 내가 그리 애국자가 아니란 반성을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거의 성장한지라 병원이나 약국에 거의 가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건강 보험료를 말없이 내고 있습니다.

1년에 병원 한 번 가지 않는 사람도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지, 병원에 좀 덜 가는 사람은 보험료를 깎아줄 수는 없는지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연금도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을 불입해온지 몇 년이 지났지만 보험료는 수도 없이 인상되었습니다. 사실 들고 싶지도 않고 불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강제성이라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대다수 사람들이 노후에 정말 국민연금을 받게 될 런지 걱정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든 국민연금이 서민의 가계부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 겨울은 다른 해보다 춥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유난히도 위풍이 있어 지난 12월 초에 요즘 유행하는 선풍기형 전기스토브를 두 개 사서 사용하였습니다. 얼마 전 전기 검침원이 다녀가기에 물었습니다.

  “몇 킬로나 썼어요?”

  “야, 이거 지난달 보다 배는 더 쓰셨는데요.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라 엄청 나올 겁니다. 한 이십만 원 정도는 내셔야 할걸요.”

  나는 혀를 끌끌 찼습니다. 가정용 전기라 그렇다네요. 요금이 비싸야 전기를 아껴 쓴다는 명목으로 누진제라는 정부 입장의 제도를 만들어 서민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얼마 전, 말 못 하는 봉급생활자들에게 자영업자들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물렸다는 통계를 발표하는 TV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영업자, 의사, 변호사는 이리저리 탈세하고 개미처럼 일만하는 봉급생활자의 세금은 봉급에서 강제로 딱딱 떼어가니…….

  대통령 선거와 연말연시를 틈타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의 값이 인상되고 갖가지 공공요금들을 인상되었습니다. 요즘 가장이라면 보통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금방 빚쟁이가 되고 거지로 나앉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생활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모두 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우리네 가장들은 정말 불쌍합니다. 눈만 뜨면 오르는 물가 따르랴, 아이들 과외 시키랴, 공공요금 내랴…….

  이럴 땐 어디 호랑이 나오는 산중에 가서 살 수 없나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몇 년 전에 TV 인간극장에 나왔던 영자 생각이 납니다. 영자 아버지는 영자네가 TV에 나온 덕택으로 살기가 터럭만큼 나아졌다고 강도가 들어 그만 죽고 말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산으로 들어가면 그곳은 외진 곳이라 강도가 생길 것 같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시대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