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감귤, 월동무, 양배추 가격이 평년에 비해 20%선 아래로 크게 떨어졌다. 더구나 배추는 무려 53%나 곤두박질쳤다. 농업인들은 농산물 가격의 대폭락을 보며 깊은 한숨만 쉴뿐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게 농산물 가격 안정제도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그제 성명을 내고 “산지폐기(월동무)를 해도 회복세가 없고, 가락공판장 가격 기준으로 발동하는 ‘정부 채소가격 안정제’도 발동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저 가격 보장을 위한 ‘제주형 농산믈 가격 안정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현재 당근 한 품목만 적용되고 있고, 올해부터 양배추만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원희룡 지사의 역점사업이지만 진전이 없다. 원 지사는 지난해 9월 5일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최저가격 보장제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2022년까지 감귤 등 8개 작목에 연차적으로 확대해 전면 시행하겠다”고 했다. 소극적인 농정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줄 안다.

　한 예로,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양파·무·배추·고추· 대파·감자·생강·마늘 등 8개 품목에 대해 최저가격 안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관련 예산 10억원을 마련했으며, 필요하면 추경에 최대 100억원까지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하면 제주는 아직도 오리걸음이다.

　농산물 상품시장 가격이 생산비와 유통비용을 합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최소 90%의 차액을 농민에게 보전해 주는 최저가격이 보장돼야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원 도정은 철저한 과잉생산 방지대책과 함께 최저가격 보장 시기를 내년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