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당초 일부에서 거론된 제주신항만이 예타 대상에서 제외돼 천만다행이다. 제주신항은 환경파괴와 크루즈 입항의 불투명성 때문에 사실상 정부도 포기하다시피한 상태다. 다만 원희룡 도정만 사업의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만약 원 도정이 제주신항을 예타 면제사업으로 신청하고 정부도 이를 승인했다면 의혹투성이 영리병원 허가와 제2공항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을대로 깊어진 제주사회는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을 것이다.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 시설 현대화사업의 예타 면제 신청 역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원 도정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실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처럼 시급한 현안도 없다. 1994년 가동한 제주하수처리장은 1일 13만t의 하수 처리 용량을 갖추고 있으나 시설 노후화로 인해 85% 정도만(11만여t) 처리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집중호우시 처리 용량이 초과돼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인근 바다는 오염되고 주민과 관광객들은 악취에 시달린다.

　오는 2025년까지 1일 하수처리 용량을 23만t으로 대폭 확충하면서 전 시설을 지하화하고 자동화하면 심각한 제주시 하수처리난은 해소될 것이다. 물론 전체 사업비 3887억원 중 현재 확보된 예산은 954억원(25%)에 불과하지만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면서 대부분 국비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지방비 부담을 덜게 된 것도 다행이다.

　하지만 예타 면제는 부실공사의 발미가 될 수도 있다. 예타로 인한 소요기간 6개월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지만 예타 면제만 믿고 완벽한 시공을 하지 않을 경우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주도는 차질없는 국비 확보와 함께 부실공사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