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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소회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추자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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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31  17: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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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몹시나 많이 오는 날이다. 나와 같은 고교 출신 2년 후배인 현 선생님과 같이 제주도교육청의 부름과 동시에 명에 의해 서귀포에 있는 남제주군교육청을 향하여 버스를 타고 5·16도로를 달린다. 그날이 1981년 3월 25일 수요일이다.

 너무도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어느 학교인지는 교육청에 가면 안다는 K 장학사님의 말을 뒤로하면서 차창 가에 수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달린다.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10개월 만의 발령이라 정말 하늘에 감사함을 연발하며, 그 거리가 너무나 멀기만 하다.

 그렇게 나는 신설학교인 서귀중앙여중에 제1대 체육 교사로 적을 두어 수업 후, 날이 어둡도록 교기 신장을 위해 육상이며, 기계체조, 배구선수 훈련에 박차를 기했다. 그때 그 학생들이 많이 생각난다.

 그 제자들…, 정말 운동하느라 고생 많이 하였는데…. 그 후 나는 5개교의 중학교와 제주제일고를 포함한 6개교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많은 학생을 가르쳤다.

 체육 교사로서 때로는 직접 선수지도를 하여 수없이 많은 대회에 출전하여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관심에 기쁨도 실망도 주곤 했다. 지금은 그 옛날을 회고하며 이렇게 글로 쓰고 있지만, 그때 그 순간은 만감이 교차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38년이 흘러 이제 그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은 나를 정년으로 끌어드리고 머지않아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 세월 속에서 정말 고마운 분들도 많이 있다. 내가 교단에서 쓰러지지 않게 조언을 해 준 선배 선생님들, 그리고 스승의 날이 되면 힘내라는 제자들의 그 뜨거운 함성,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내 아내 그리고 잘 커 준 아들, 딸.

 그리고 지금 지구라는 사회에서 철없던 제자들이 곳곳에서 훌륭한 인재가 되어 도와주고 불러 주기도 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이런 보람은 교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기에 묵묵히 ‘교직의 길’을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내가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심어둔 나무가 생각난다. 한림중 명상의 숲과 배롱나무(백일홍) 등, 한라중의 대형 하귤나무 등, 추자중의 추자나무, 비파나무, 배롱나무, 왕벚나무 그리고 풍란 석 부작 등이….

 나는 세월을 잡지 못해 나이가 들어가지만, 나무는 나와 반대로 싱싱해 지리라 본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 내가 재직했던 그 현장을 한번 가고 싶은 마음에서 그 나무들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평생을 몸담았던 교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나는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세월에 밀려 그동안 쉬지 못했던 휴식시간을 좀 더 많이 갖고 싶어 그 장소를 학교에서 가정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지금 38년의 지나간 세월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정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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