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장애인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커피 한잔 값을 가장 값지게 쓸 수 있는 특별한 카페가 제주도에 있다.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인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은 제주도청 삼다정에 2017년 3월6일 도내 거주 중인 청년장애인 바리스타 4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나무동굴 속에 위치한 카페는 2년 간 2명의 바리스타가 추가 채용돼 총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도가 위탁해 아이갓에브리씽을 운영하고 있는 일배움터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직업 훈련부터 채용까지 도맡아 하고있다.

카페 운영의 전반을 관리하는 일배움터 이아름 카페사업팀장은 “(일배움터는) 처음 직업을 갖고 일을 하려는 장애인 분들에게 원예와 바리스타 등 직업 훈련을 제공한다”면서 “직업 훈련은 기본 1년으로 모든 분야의 훈련을 해본 뒤 개개인과 가장 적합한 일을 찾아 일배움터가 운영하고 있는 업체로 채용을 돕는다”고 밝혔다.

카페 일은 재료 손질부터 커피를 만드는 일까지 모두 청년장애인 바리스타들이 모두 도맡아 하고있다.

31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카페 방문했을 때 영업 준비로 바쁜 3명의 바리스타는 자동문 소리를 듣자마자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청년장애인바리스타인 홍진석, 왕희령, 강승호씨는 아침 일찍부터 음료에 들어갈 재료 손질과 정리 등 각자 맡은 분야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바리스타 훈련을 거쳐 7년 간 카페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청년장애인바리스타 왕희령 씨는 아이갓에브리씽에서 음료 제조와 카운터를 맡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왕씨는 “일을 해서 가장 좋은 건 그냥 돈을 벌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홍진석 씨는 “돈을 벌어서 훈련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때가 가장 좋다”라고 대답했다.
강승호 씨 역시 “돈을 벌 수 있어서 가장 좋다”며 “올해의 목표는 돈을 많이 모은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이 팀장은 “바리스타 분들에게 일을 제공하고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게 저희(일배움터)의 목표”며 “최저임금에 꼭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을 하면서 힘든 것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왕씨는 웃으며 “핫초코를 가장 좋아하는데 메뉴에 없어서 아쉽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카운터를 맡고 있을 때 손님이 갑자기 많이 오면 (일이) 마음대로 안돼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씨도 “일이 마음대로 안될 때 가장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아무래도 여기 근무 중인 바리스타 분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조금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이라는 생각에 조금씩 참고 일하고 있다”며 “그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년장애인바리스타들은 직업 훈련을 하며 매일같이 함께한 훈련생들과는 오랜기간 함께했기 때문에 유대를 쌓기가 수월했지만 낯선 사람은 그 과정이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강씨는 “카페에 오는 분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커피 맛있어요’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커피를 매개로 카페를 찾아주는 사람들과 조금씩 유대를 쌓아가고 있었다.

청년장애인바리스타의 따뜻한 손길이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제주도청 삼다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