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송전으로 간 영리병원

영리병원과 제2공항 문제로 제주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혼란을 자초한 쪽은 도민이 아니라 원희룡 도정과 국토교통부다. 원 지사는 도민공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민심 외면과 졸속 추진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결국 우려했던대로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한 허가 조건이 부당하다며 제주지법에 허가 조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도정이든, 국정이든 최고 책임자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는 도민과 국민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도출한 공론조사위의 영리병원 불허 권고를 묵살한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업자득이다. 영리병원도, 도민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아마도 행정행위가 양측 모두로부터 반발을 사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토교통부의 묻지말라식 제2공항 일방 추진과 원 지사의 국토부 편들기 모두 반(反) 민주적이며 반 도민적이다. 특히 원 지사는 이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도대체 도민의 도지사인지, 미래지향적 도지사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돈키호테적 도지사 원치 않아

제주도지사는 미래를 추구하는 도지사여야 한다. 제주의 미래는 자연환경이다. 무분별하게 개발된 제주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개발하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해야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반대하는 도민이 더 많은 데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이나 절차적 정당성을 깔아뭉개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힌 규명없이 밀어붙이는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 추진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주는 원 지시의 반 도민적 행태 모두 그의 오만과 아집 때문이다.

도민은 돈키호테적인 도지사를 원하지 않는다.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는 위험부담이 큰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허가다. 특히 의료공공성을 해친다는 국민적 우려를 감안했다면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는 허가할 수 �榴� 사안이다. 영리병원 문제는 개원 시한인 오는 3월4일을 넘길 게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개원을 미루는 상태에서 장기 소송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 도정은 개원 일시를 넘기면 의료법에 따라 개원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법의 가준대로 가는 게 맞다. 일단 소송전이 전개된 이상 강력한 맞대응이 필요하다.

제2공항 중단 요구 수용해야

원 지사는 금주중 제2공항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한다.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도민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주말 국토부의 제2공항 관련 설명회는 되레 현지 주민과 도민들의 더 큰 반발만 불렀다. 취재진과 반대 측 주민을 3차례(장소)나 따돌리고 정무부지사실에서 제2공항 범도민추진협의회 임원진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이다.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2공항을 추진하겠다는 속내만 내비친 셈이 되고 말았다.

국토부의 제2공항 추진은 사전 주민 의견을 배제한 데다 사후에도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등 절차적 타당성을 상실했을 뿐아니라 찬성하는 도민 의견만 듣기 위해 취재진마저 따돌리는 도덕적 정당성까지 상실했다. 이제 국토부는 더 이상 도민과 제2공항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대신에 논의 부서를 국무총리실로 격상해 제기된 의혹부터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원 도정은 제2공항을 도민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제2공항을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