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이었던가. 모 신문이 군산 앞바다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실험의 목적은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구름은 형성되어 있으나 비를 뿌리지 못하는 구름층에 인체에 무해한 요오드화은을 살포해 물방울을 달라붙게 하면 인공강우가 내릴 것이고, 이 인공강우가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는 약화시킬 것이라는 희망으로 수십여 발의 요오드화은 연소탄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극히 미미할 것이라 예단하면서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필자 역시 21세기 현대판 기우제가 미세먼지 해소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무한대로 형태가 변환 가능한 구름층이나 연소탄이 타면서 공기 중에 방출되어 부유하는 요오드화은의 미세한 알갱이는 대체로 비물질성에 가깝다. 구름은 수많은 형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 손에 잡히지 않으며 연소된 요오드화은 역시 물질들의 속성인 양괴감을 지니지 않는다. 존재와 비존재를 논하듯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굳이 논한다면 구름이라든가 대기, 공기, 불, 연기, 바람 등등은 추상적이거나 양괴감이 없는 무형(無形)이며 비물질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1958년 파리의 ‘이리스 클레르’ 화랑에서 ‘비물질적 실체’를 포착하려는 전무후무한 전시가 열렸다. 전시 타이틀은 <Le Vide>, ‘공허’이며 작가는 이브 클랭이라는 프랑스의 전위적인 젊은 예술가였다. 클랭은 비물질적 실체를 작품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상식과 개념을 아예 부정하면서 출발했다. 화랑의 벽면을 순백색으로 칠하고 화랑 내부를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깨끗하게 비운 상태, 즉 <텅 비어 있는 공간(空)>만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갤러리 벽면에 작품을 배열하는 일반적인 전시통념을 완전히 전복시킨 행위에 다름 아니다. 공허한 공간만이 남아있는, 그림 한 점 걸려있지 않은 갤러리 안에서 클랭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초대받은 관람자들은 가장 비물질성에 가까운 대기(大氣)속에 확산되어 있는 무형의 에너지를 텅 비어 있는 화랑 안에 포획했다는 작가의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클랭은 비물질적인 실체를 ‘개념적’으로 잡아두기 위하여 텅 빈 공간을 제시했던 것이며, 우리의 망막이 인식하지 못해 시각적으로는 비어 보이지만 개념적으로는 작가의 감수성으로 가득 채워진 그 공간에서 관람자들과 조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의 정당화를 증명하듯 그는 자신이 포획한 이 비물질적 공간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정신적 영역으로 보았고, 화랑을 꽉 채운 비물질적 영역을 여러 개로 분할하여 작품 당 1킬로그램의 순금을 받고 양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브 클랭이 이 전시를 통하여 비물질 영역을 양도한 가장 큰 의의는 예술창작은 물리적 현상의 실현보다 정신적 영역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개념을 뻔뻔하게 양도하는 클랭이나, 이를 금덩어리를 환산하는 것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관람자나 모두 멘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물질적 영역을 양도하는 작가의 개념을 흔쾌히 수용하여 그 무형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파리지엥들의 정신세계가 실로 부럽기만 하다. 어제, 오늘이 아닌 1958년 파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브 클랭 전시 서문 / 이리스 클레르 화랑, 파리, 1958년

이브 클랭 / Le Vide / 이리스 클레르 화랑, 파리, 195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