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헹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 방안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시장을 주민이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다. 현행 행정시장 제도의 문제점은 도지사가 임명한 시장이라는 점, 도지사의 지시를 받고 시정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시민이 직접 시장을 뽑아도 도지사의 명령에 의해 시정을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를 놓고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행정시장 제도보다 법인격을 갖춘 시장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동의안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 기초단체 부활 등 행정체제를 원점에서 논의하는 문제를 단서로 부결 처리해야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과 지방차지가 더 강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장점이 주민자치라는 점을 떠올리면 행장시장 제도가 얼마나 비민주적 행정체제이며, 제주도 지역만의 낙후한 외톨이 제도인지 잘 알 수 있다.

　당초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조건이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폐지는 아니었다. 제주도지사의 권한을 강화하려고 제주도 자체적으로 선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제주도지사로서도 대폭 이양된 중앙권한을 집행하는 일만도 힘이 모자란 편이다. 하물며 행정시장제도를 만들어 양대 시를 장악하고 있으니 풀뿌리 주민자치가 제대로될 리 없다. 특히 도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확대 취지에 걸맞게 행정시장 체제를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장 체제로 환원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