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은 제주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관광적·경제적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게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 입장이지만 천혜의 자연과 경관을 훼손해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들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갈수록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현재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공항을 하나 더 건설한다고 3000만명 이상 더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국토부와 원희룡 도정은 이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도 없이 제주공항이 혼잡하므로 공항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주먹구구식 억지논리로 제2공항을 밀어 붙이고 있다.

　제2공항을 만든 후 관광객이 더 와도 덜 와도 모두 문제다. 관광객이 넘치면 수려한 자연환경이 훼손돼 되레 외면당하는 관광지가 되고 만다. 반면에 덜 오면 공항 건설로 인해 환경만 파괴하고 두 공항 모두 애물단지가 되고 말 것이다. 뒤늦게나마 제주도의회가 국토부에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이며, 갈등 해소 방안을 모색할 정책토론회를 국토부 관계자와 공항 반대대책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할 계획이라니 다행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도의회와 공항을 반대하는 도민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안은 도민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제주에 2개의 공항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특히 제2공항 입지 선정 과정의 수많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하고 있어 도민 의견 수렴은 절대 필요하다.

　역시 도민 의견 수렴은 주민투표, 공론조사, 여론조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절차가 복잡한 주민투표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여론조사보다 공론조사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공론조사(숙의형 여론조사)는 찬반이 뚜렷한 사안에 가장 적합하다. 국토부, 제주도, 도의회, 반대대책위 모두 숙의민주주의로 제2공항 문제를 해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