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립아카데미에 의하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1960년 이후 45년간 지구온도가 0.6도 상승했다고 한다. 제주도 역시 지난 80년간 표층수온이 1.5도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은 이제 어느 한 지역만이 문제가 아닌 범지구적인 현상이 되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의 길목임과 동시에 해수온의 상승에 따른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제주는 복잡한 해류가 교차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해양생물 종다양성이 높은 곳인데 해수온 상승으로 이전과는 다른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아열대 바다의 전형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었던 천연기념물 서귀포 연산호 군락지는 제주 전역으로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서식종의 교체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생태계 변화가 얼마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산업 측면에서는 해수온 상승은 어쩌면 위기이면서 동시에 어획 종을 다변화시키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래종의 유입확산은 전통적으로 우리 바다에 서식해 왔던 토착종이 외래 유입종에 의해 삶의 터전을 내 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토착종 중에서 분포지역이 제한적인 희귀종과 멸종위기에 처한 희소종 등 보전적 가치가 높은 종들에 대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또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워싱턴협약)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특히 해양생물에 대해서는 보호대상생물로 지정하여 제도적으로 보호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호대상 해양생물은 산호류, 고래류, 바다거북류 등 77종이 지정되어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제주도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몇 해 전에 많은 뉴스거리가 되었던‘제돌이’라는 남방큰돌고래가 그 사례로 세계적으로 가장 개체수가 적은 최소군집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서식하는 종이란 데서 보호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생물권보전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토속종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종보존은 국가간 분쟁까지 초래하는 민감한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환경트렌드 권역으로 자리메김하고 있으나 세계자연유산과 지정범위가 겹치면서 정책의 대부분은 육상부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해양이란 접근성의 문제로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사실 제주바다에는 1000여 종의 넘는 저서동물과 700여 종류의 어류가 분포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생물종다양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이처럼 보호적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처임에도 불구하고 보전관리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멀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라도 해양생물에 눈을 돌려야 한다. 미래 환경에 대처하는 수산업과 종자주권을 위한 생물자원의 확보와 생태계 보호관리 그리고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지역 생물종을 관리하고 보전할 수 있는 도 차원의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수산생물 뿐 아니라 지역 해양생물에 대한 높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에 알맞은 서식처를 만들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파괴하고 빼앗기만 했던 자연환경은 이들과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제주의 미래는 바다에 있고 그 중심에는 건강한 생태계 보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