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를 3차례나 유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의 행정시장 체제가 민주주의 원칙에 반(反)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행정시장의 문제는 첫째 도민이 선출하지 않고 제주도지사가 임명한다는 점, 둘째 그러다보니 시장이 시민보다 도지사만 바라보고 일해 시정과 지역균형 발전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뿐만아니라 행정시 공무원들에 대한 지휘권의 제약으로 직원들을 통솔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행정시장보다 제주도청의 눈치를 보고 일하는 해바라기형 공무원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도의회에 덥석 넘긴 제주도의 무책임과 안이함이 더 문제다. 본질은 행정시장 직선제가 아니라 시장이 도지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예산권과 인사권을 갖는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것인데 끝까지 이를 수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원희룡 도정은 도의회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가결하든 부결하든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가결돼도 주민투표를 실시해 통과돼야 하고, 누가 시장이 되든 여전히 법인격이 없이 도지사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결되면 현행 행정시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돼 여전히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오늘(26일) 예정된 도의회 행자위 심의에서는 이러한 원 도정의 꼼수에 당하지 말고 행정시장 직선제를 부결하되 반드시 기초단체 실시를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을 원점에서 논의해 다음 지방선거에서 적용한다는 단서를 추가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중단하려는 원 도정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