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나 보다. 한 낮에 점퍼를 입고 있으면, 아니 그냥 조금 뛰기만 해도 땀이 난다. 땀이 많이 나지 않는 평상시의 나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기온이 많이 올라가고 있고, 기상청에서도 봄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보면 겨울이 이젠 끝나려고 하나 보다. 물론 이러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몇 년 전처럼 4월에도 눈이 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봄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껴진다. 작년의 추위와 많은 눈을 생각해보면 올해는 유별나게 따뜻한 겨울이었고, 이르게 봄을 느끼게 한다.

겨울 끝자락에 낮 시간이 길어져 식물이 받는 빛의 량, 광량이 많아진다. 광량이 같을 지라도 빛에 대한 식물이 나타내는 반응은 빛을 받는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식물 종류에 따라, 조직에 따라 다르게도 나타난다. 식물에는 광량과 빛의 조사시간뿐만 아니라 온도나 강수량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요소들이 식물의 호르몬 생성과 분비에 영향을 주어 눈이 싹을 틔워 가지를 만들기도 하고, 줄기에서 잎이 나오게도 하며, 꽃이 피게도 한다. 그러다 보니 꽃무릇이나 벚꽃처럼 어떤 식물은 꽃을 먼저 피우고, 어떤 식물은 잎이 난 뒤에 꽃이 핀다. 어떤 식물은 온도가 올라가는 봄이 아니라 더운 여름을 거쳐 온도가 낮아지고 밤길이가 길어지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도 많다. 이 외에도 식물에 내재되어 있는 생물시계 또는 생체리듬이라는 요소도 식물의 생리적 현상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식물마다 제각기 빛을 포함한 환경조건에 대해 다르게 반응한다.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환경 조건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만족을 넘어 감사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한다. 모든 일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입에 불평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참기 힘들 정도로 어렵고 감사할 일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입에 감사을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입학식은 휴일이 겹치지 않으면 항상 3월 2일이었다. 그러나 수업일수로 인해 신입생이라도 3월 2일부터 수업에 참여해야 해서 입학식은 개학하기 전에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 올해 제주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은 2월 25일에 열렸다. 생명공학부장이기도 하고 전공주임교수이기도 해서 참석해야 했지만, 입학식 일정을 알기도 전에 도내 국제학교 중 한 곳에서의 특강 약속이 잡혀 있어서 입학생에는 참석을 하지 못했다. 특강을 마친 후, 서둘러 학교에 돌아와 학부 신입생들을 잠시 만났다. 학생회 임원들이 신입생들의 수강신청을 도와주는 모습도 보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강하는 과목을 집중해서 선택하는 모습도 보았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학생들의 모습이 성숙해 보였다. 매년 신입생을 만나다 보면 아직 고등학생 티를 못 벗고 일명 고딩의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상당 있었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낮았다. 성숙해 보인 만큼 대학생으로서, 청소년이 아닌 성인으로서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면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인쇄 활자로 되어 있는 신문을 읽는 것이 글을 잘 짓는 가장 좋은 방법임도 강조했다. 교수로서 부탁하는 말을 모든 신입생이 듣겠지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다를 것이다. 졸업할 때까지 신문을 읽어야할 필요성을 알긴 하지만 신문을 한 번도 읽지 않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말을 뒤에서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학부모도 자기 자식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겠지만, 대학교는 부모와 선생님의 간섭으로 벗어나 단순히 재미있게 놀기 위해 들어왔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3월, 봄이 시작되는 달. 봄이 왔을 때 나는, 우리는, 제주도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 봄이 싹도 틔우고, 꽃도 피우고, 잎도 돋아나게 하는 신호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