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소재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다시 대학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미국 유명대학 분교 유치는 물론 제주도의회 한 의원이 제안한 농업 중심 제주도립대학 설립 모두 대학의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전국 대학들의 정책과 상반된다.

　현재 전국 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재정난이지만 앞으로는 대학생 자원난이 될 것이다. 현재 연간 약 50만명인 전국 대학의 신입생수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3~4년 후에는 45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계속 40만명, 35만명 밑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은 경쟁률만 낮아질 뿐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테지만 지방대학들은 당장 신입생 유치난에 직면할 게 확실하다.

　이미 도내 대학에서도 일부 학과의 경우 신입생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립 농업대학을 설립하면 기존 대학은 물론 농업대학 모두 학생 부족 현상과 함께 재정난을 겪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도립대학의 경영난은 결국 도민 혈세로 충당하게 돼 ‘돈 먹는 하마’가 되고 말 것이다.

　제주도는 외국대학 유치도, 도립대학 설립도 고려해선 안 된다. 굳이 기존 농업인 교육이 필요하다면 제주대 등 기존 대학의 관련 학과를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장래 학생자원난과 이로인한 대학운영난이라는 숲은 보지 않고 탐라대 부지 활용이라는 나무만 보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오히려 대학이 아닌 관광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