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꿰면 꼬이기 마련이다. 원희룡 도정의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절차 착수는 잘못 꿴 단추의 전형이다. 원 도정은 그제 녹지국제병원이 법적 개원 기한(3월 4일)을 지키지 않자 허가 취소 청문 절차에 들어갔다. 영리병원 개설에 반대하는 공론조사 결과를 배척하고 막무가내로 병원 개원을 허가한 원 도정의 자업자득이다. 원 지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첫 숙의민주주의형 도민 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허가를 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일이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최종 허가 취소까지는 많은 변수가 도사려 있다. 앞으로 1개월 안에 끝나는 청문 절차를 통해 허가 취소가 합당하다는 결과가 나와 허가 취소 조치를 내리더라도 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제기한 조건부 병원 허가(외국인만 진료 ) 행정처분 취소 청구와 병원 개원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의 최종 판결에 따라 양상은 딴판이 될 수 있다.

　원 도정은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는 물론 녹지그룹과의 소송전에서 승소할 수 있는 철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소송 대응과 별도로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공공의료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녹지 측과 적극 협의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녹지그룹이 소송을 취하하고 병원을 공공의료 시설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가 병원을 인수해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어차피 원 지사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민심에 아랑곳없이 국내 첫 병리병원을 허가한 돌출행위와 예산 낭비 등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허가 취소와 함께 병원시설 활용에 성공한다면 책임과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