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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의 공간에서
부진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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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0  1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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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가는 날이다. 어느 정류장에서부터 언어가 다른 젊은 여성들의 대화에 너무나 귀가 따갑다. 듣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멈추지 않는다.

 의사소통 할 수 있다면 그 분위기를 좀 자제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자신을 탓하며 참을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언어는 분위기를 이끌어 가기도 하지만 답답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데 맨 앞에 앉은 노신사가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심정을 드러내듯 벌떡 일어선다. 여성들을 향해 말 대신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쉬-이’ 하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린아이들도 다 통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들도 잠시 대화를 멈추고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자기들과는 무관 하다는 듯 외면하고 변함없는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본토인으로서 손과 입으로 소통하는데 외국인이지만 느끼지 못한다면 다문화 일상이 뿌리를 내린다 해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린 자식들을 업거나 안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은 관광 온 여성들은 아니다. 결혼해서 제주에 사는 새댁들이다. 오랜만에 서로 만나 어디론가 나들이 가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다. 이젠 어느 지역에 가도 다양한 외국인들의 대화가 들린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의 대화가 제일 톤이 높다.

 그날따라 공간이 비좁은 차 안이면서 바로 옆 좌석이기에 더욱더 강하게 들렸다. 이야기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호기심이 생기면서 소통으로 이끌어가는 날이 되었을까.

 다른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 못지않게 견디기 어려워 짜증내는 분들도 있다. 노신사는 대변이라도 하듯 같은 방법으로 3번이나 시도 하려면 화가 날만도 하다. 하지만 다문화를 의식하듯 끝까지 참고 견디며 인내심으로 설득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한다. 벽에다 고함을 질러도 부딪치며 울림으로 되돌아오건만 그렇게 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다문화 공연이지만 그 곳에 모인 관객이 모르는 연출 앞에서 이제나 저제나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올까, 하고 막연하게 바라보는 관객을 연상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마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서 관람료가 아까워 서로 불만을 던지는 분위기와 같다.

 그 날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이 다문화의 현실인가. 중요한 것은 이주해온 외국인들이 선택한 나라에서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려면 먼저 지역의 문화와 예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은 아름다운 일상을 그려내는 과정이다. 노력에 따라 일상화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다문화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서 저절로 관객이 늘어나 웃고 즐기며 집중하게 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대화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식을 갖추고 다녀야 공통된 예의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만은 지키며 살아가야 서로 빨리 다문화 뿌리가 내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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