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연안 나라들을 포함하여 유럽국가 국민들의 건강지수가 높은 순위에 자리매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의료체계와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조명 받고 있다. 스페인이 단연 1위에 올라있는데, 그 배경 중에는 스페인의 높은 수준의 의료 체계가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태평양 한 가운데 섬이자 청정 자연스러움이 넘쳐나는 제주의 의료상황과 도민건강 지수는 어떠한가. 최근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전국 최하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내 의료 인프라 또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예컨대 암·심뇌혈관·척추·신장·비뇨기계·고혈압·당뇨질환 진료를 받기위해서 서울 등 수도권 등으로 도민들의 진료여행 빈도수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서, 게다가 영리병원 이슈에 진절머리 난 도정의 무관심 속에서 도민의 도외진료 선호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환자 수 또한 지속적으로 상수화 되는 추세가 역력해 보인다. 물론 도(道)나 도내 비영리병원 입장에서는‘도민다수가 아직까지 수도권 의료수준이 도내 의료수준보다 무조건적으로 우월하다고 보는 편견에 사로잡힌 결과와 다름 아니다’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그래서 누구든지 이런 상황에 터 잡아 제주의 의료서비스 수준의 현주소를 갈음해 볼 것이라는 점에서 간단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상당수 도민의 도외진료 여행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는 이 문제가 적잖은 도민사회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전혀 무시할 수 없을듯하다. 그 규모가 해마다 물경 1000억원 정도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감을 간단히 지울 수 없다.

최근 우여곡절의 논란 속에서 조건부 영리병원 개원허가를 내줬으나 투자자 측의 소송제기로 사실상 기대난망지는 상황이다. 물론 도 차원에서 해당 소송에 총력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는 도정의 전략 부재 속에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여 아쉽다.

사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 하에서 국내 모든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 영리병원 설치허가는 그래서 원칙이 아니라 예외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의 이윤 추구’를 보장하는 영리병원 개원허가는 엄격한 조건 하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상책이다. 그것도 특히 도내 의료 환경수준이 헌법적 가치에 준하는 ‘최정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기존 의료서비스 체제를 비정상이라고 불신이 큰 상황 하에서 ‘돈벌이를 우선하는’ 영리병원의 당위성 운운하며 밀어 붙이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도민 안위(安慰)의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을 내팽개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는 제주도의 의료행정의 근본 내지 본질이 크게 왜곡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정이 최우선해야 할 일은 거창하게 영리병원 개원을 밀어 붙이는 것보다는 도내 의료서비스 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안을 도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도민 모두가 안심하고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도내 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대안 말이다. 차제에 도내 의료인들 또한 이점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