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불법쓰레기 출처가 제주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도민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에 협조해 왔음에도 ‘청정제주’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실추시킨 쓰레기 처리시스템의 부적절한 운용행태와 더욱이 수년간 계속된 불법수출을 묵인하거나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행정당국의 총체적인 무책임함에 더욱 분개한다.

　제주도와 제주시의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특별보고자리에서 지적된 문제사항들을 보면 쓰레기의 불법수출문제는 오로지 처리위탁업체만의 자의적인 비행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소각보조연료로 쓰이는 압축쓰레기는 사실상 소각이 불가능한 ‘쓰레기 덩어리’에 불과했고, 처리 불능 상태인 압축쓰레기들은 여전히 산적한 상태이다.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행정청은 알고 있었고 위탁업체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쓰레기 처리결과보고를 게을리하거나 거짓으로 했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방출되는 동안 행정당국은 문제상황을 충분히 인지해 감독·지휘할 수 있었고, 더욱이 이미 한차례 필리핀에서 반송된 상황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동안 도민들을 호도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불법쓰레기로 고통 받는 필리핀 주민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아니었다면 문제된 행위들이 행정 당국의 무책임한 방관 하에 지속적으로 행해지면서 ‘청정제주’를 위한다는 그릇된 이기주의,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로 폐기물을 수출해 해당 국가 주민들에게 불편함 이상의 문제를 끼친 비인도적인 행위는 물론 국가 간 문제로 불거질 국제협약파기행위의 중심에 제주가 있다는 불명예로 더욱 곤혹을 치렀을 것이 분명하다.

　제주도의 사과는 당연하다. 우선적으로 필리핀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론을 묻는 여론에 대해 ‘누가’ 그런 행위를 묵인하고 있었는지, 업체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책임 소재를 색출하는 것으로만 접근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문제가 된 처리업체에 책임을 구상하는 문제는 해결방안의 일면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제주도가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면서 수용능력을 확대하고,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주도의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쓰레기 문제가 수년째 계속돼 온 제주의 큰 골칫거리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건축붐, 활황이었던 관광산업 모두 행정당국의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폐기물과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자원 활용을 위한 분리수거를 위해 도민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라는 지속적인 계도활동에도 행정당국은 물론 제주도민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쓰레기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한계를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한 한계는 현행 쓰레기처리 시스템이 적절히 운용되고 있다는 상황에서나 납득 가능한 것이다. 이번처럼 쓰레기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가 된 상황에서 도민들의 협조를 구할 설득력마저 잃게 된다면 제주도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장벽은 더욱 높아질 뿐이다. 제주도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의 무력한 대응과 시스템 관리 소홀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조속히 모두에게 제시함으로써 불신과 불명예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