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과 함께한 수업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들과 장기기증을 서약한 청년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의사에게 어떤 상황이 되면 안락사를 요청하였고 의사는 약속을 하였다. 의사는 가족들의 동의없이 안락사를 시킨다. 이에 대해 친구가 소송을 제기한다’.아이들이 만든 모의재판 시나리오다. 재판은 검사측과 변호인측, 그리고 증인들의 논쟁으로 이어진다. 법정 흉내가 많이 서툴지만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는 진행이 재밌다. 어떤 반은 왁자지껄하기도 하고, 어떤 반은 사뭇 진지하다. 수업 진행 중 첨삭 질문을 빼고는 가능하면 맡겨둔다. 앞뒤로 5분 정도의 시간은 교사에게 할애토록 양해를 해둔다. 아이들의 능력은 빠르게 진화한다. 어떤 수업을 진행할지는 그들의 몫이다. 그 측면에서 판을 짜고 도움을 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준비하고, 그들에 의해 진행된다. 주어진 범위와 주제에 대해 조별로 자료를 제작하고 발표한다. 그리고 핵심논제를 뽑아 토론을 진행한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에 놀라기도 한다. 물론 억지로 따라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럴 때 교사는 독려하고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이 수업을 통해 교사의 가장 큰 이점은 ‘아이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에서 그 아이의 생각이나 성향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가 보이니 대화가 된다. 이런 ‘대화 교육법’은 이미 2500년 전 소크라테스에 의해 민주시민교육의 척도로 검증되었다.

수업을 통해 기대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을 과잉보호로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 아이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이 이 수업의 핵심이다.

둘째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길들여지는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찾아내도록 한다. 그리고 획일적 지식이 아니라 폭넓은 자료와 토론을 통해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음을 이해토록 한다. 세상일이란 게 독선에 치우치다 보면 결국은 아무 것도 모르거나, 안다 해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한국의 기득권층들이 시시각각 보여주는 꼴들이 아닌가. 최근 공부로 전국을 제패했던 제주도백의 독선과 아집은 이런 ‘생각과 공감의 무능’을 잘 보여주는 꼴이 아닐까?

아무튼 공부와 실천은 그들의 몫이다. 교육은 그들이 길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단지 서열을 정하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은 개나 줘버려라.

이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돕는 자’가 되어 방황의 여행을 하다가 민주시민으로 그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한다. 미래는 그 스스로 돕는 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희망’이여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수업’이 그런 역할에 충실한 길잡이기를 소망한다.

얼마 전 국기에 충성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학생들의 선서와 학교장의 입학허가 등으로 이어지는 입학식을 보며 참으로 부끄러웠다.시민이 머슴인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건 전쟁 광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어리석음이요, 친일과 친나치로 나라와 겨레를 팔고 다닌 자의 노래를 애국가랍시고 소리쳐 부르는 건 몰지각의 극치요, 주인이 잠시의 관리자에게 순종을 선서하고 그 관리자는 주인이 들어오는 것을 허가하는 건 주인으로서의 자각을 망각한 참담함이다.이것이 2019의 나라 꼴이고 학교교육이다. 그대, 여전히 자랑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