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이 필리핀에 수출한 압축폐기물 반송사태와 관련해 그제 공식 사과했다. 원 지사는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에 통감한다”며 “업무처리 과정에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자체 조사하고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규명해 관계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도지사의 사과와 자체조사 및 감사로 해결할 수 있는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제협약을 위반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주지역 생활쓰레기 약 1200t이 필리핀에 수출된 것은 2016년이다. 이듬해 반송됐지만 쉬쉬하다가 최근에야 실상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이번 생활쓰레기 위법 수출 반송사태를 보는 도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도대체 청정환경이 자산인 제주에서 공무원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렇게 위법적이고 반(反) 환경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이미지가 훼손됐을 뿐아니라 앞으로 제주관광을 기피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다.

　원 지사의 말대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자체조사와 감사를 통해 밝혀내고 관계자들을 문책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쓰레기 위탁처리 과정에 공무원들이 위법을 눈감아 주거나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 등을 수수했다면 마땅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 및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쓰레기 반송사태 수사는 관계자들의 비리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 원 지사와 고 시장은 자체조사 및 감사와 별도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청정제주 환경 조성에 검찰력을 집중하고 있는 제주지검도 이번 사태를 꼼꼼히 들여다 보고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