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호석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작가, 김호석 화백의 전시 ‘보다’가 오는 4월 21일까지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 전통 수묵화의 중견작가로 알려진 김 화백은 이번 전시를 위해 1년 6개월간 작품활동에만 매진했다.

그는 “돌문화공원에서 전시 제의를 받고 제주의 독특한 풍광과 함께 이제껏 한국에서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 인도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출품했던 작품을 모아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고 여백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싶다”며 “자기 합리화에만 집중돼있는 사회 속에서 예술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늘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시 출품작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두고 그는 “처음 이 작품을 보고 똑딱단추나 어머니의 젖꼭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실은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문을 그린 것”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 이런 간극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먹빛으로 본질만을 꿰뚫는 수묵화가 길게 전시돼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성철 스님 등을 담은 수묵화를 그린 그가 내놓은 수묵 인물화에는 얼굴 정면을 드러나지 않고 뒷모습이나 얼굴이 아예 없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우리는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부러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비웠다”며 “오히려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이 담기면 관람객들이 작품에 자기 자신의 해석을 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 “먹은 모든 것을 태웠을 때 혹은 섞었을 때 나오는 마지막 색”이라며 “수묵화는 사물에 뜻을 의탁해 정신을 그리고 흑과 백을 통해 조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기회가 된다면 제주4·3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열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수묵화의 여백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전시는 오는 4월 2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