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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박순석 할머니가 기자와 만나 생존희생자로 인정 받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제주신문=허영형 기자] “70년 동안 홀로 삭히던 억울함이 풀어져 죽어도 여한이 없다”
지난 26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제23차 제주 4.3중앙위원회를 개최해 제주4.3희생자 및 유족 5081명을 추가로 인정했다.
희생자로 결정된 수형인 19명으로 이 중 4명은 생존희생자로 확인됐다.
생존자 박순석 할머니(92)는 지난 1월 공소기각 결정을 받은 4·3수형희생자 불법군사재판 재심청구 소송에 참여한 희생자다.
박 할머니는 해방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학교를 다니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와 우체국에서 국제교환으로 일했다. 당시 일본어를 번역하는 일을 했던 할머니는 ‘한국인’을 ‘조선인’으로 번역하면서 ‘간첩’으로 오해를 받기 시작했다. 이 일을 계기로 요주인물로 낙인 찍인 할머니는 수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후 1948년 5·10 선거 당시 반대운동에 참여한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고초를 겪다 이를 피해 산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붙잡혀 전주형무소에서 짧은 수형생활을 하게됐다. 그 짧은 수형생활이 할머니의 70년을 죄인처럼 살게했다.
70여년 간 홀로 억울함을 홀로 삭히던 할머니는 올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이 내란실행 및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았던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게됐다.
박 할머니는 “그동안 자식들에게 혹시 누가 될까봐 억울함을 숨기면서 살았다”며 “그간 자식들에게도 죄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나는 ‘폭도’가 아닌 떳떳한 시민”이라며 “어딜가도 부끄러움이 없다”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됐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제주4·3을 쉬쉬했지만 이제 4·3은 역사적으로 남게됐다”며 “고맙고 또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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