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 인사를 아시나요?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의 약자(합성어)를 일컫는다. 선거 캠프, 현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세가지를 합한 약자로, 자기네 끼리끼리만 노니는 낙하산 인사다. 오죽하면 이런 신조어(新造語)까지 생겨났을까.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힌 인사정책이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취임사를 접하고는 이번 정부의 인사는 이전보다 정의롭고 능력있는 참신한 인사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배치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 심지어 친문(親文) ·친노(親盧) 낙하산끼리 이전투구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 정권을 비판하거나 반대자 중에 능력을 인정받아 삼고초려로 영입되어 일 하고 있는 분이 누가 있는가?

캠코더 인사는 유독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 제일 많다. 문체부 산하 32개 기관 임원 중 이른바 캠코더 인사가 작년 9월 이후 이번 달까지 6개월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각 공공기관장· 이사장은 물론 이사. 감사 등 가릴 것 없이 요직엔 낙하산이 꽂혔다. 실제로 지난해 문체부 산하 총 76명이던 캠코더 인사는 올해 101명으로 32.9%(25명) 늘었다. 지난해 임원 439명 중 17.3%였던 캠코더 비율이 올해는 총 436명 중 23%로 5.8% 오른 것이다. 한창 임기가 남은 직책의 인사들을 끌어내려 그 자리에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는 캠코더를 나눠먹기식으로 꽂는 것도 일상화됐다. 캠코더는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6321만원, 감사는 1억5012만원, 이사는 1억4184만원이다. 보통 직장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보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런 캠코더식의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이 강력하게 지적돼 국회가 국감 이를 시정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지만, 이후 캠코더 인사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었다.

문체부는 지난 정권에서 인사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건으로 조윤선 전 장관이 구속되고 소속 공무원 상당수가 '적폐 청산' 조사 대상이 됐던 부처다. 따라서 이런 부처에서의 새 정부 인사는 캠코더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순리다. 되레 이와 반대로 가기 때문에 떨떠름한 소리가 나오는 게다.

지난해 정부 모 기관엔 간첩 활동으로 실형을 살았던 황모 씨가 포함된 것은 '캠코더 인사'의 극치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게다가 비전문가나 능력이 안되는 캠코더들이 상당수의 요직을 꿰찬 것도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캠코더 인사들이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예산을 운용하는 기관들을 좌지우지해 빚어지는 경영실패나 적자 누적이 생길 경우 그 폐해는 국민이 오롯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권(與圈)은 과거 찍어내기·낙하산 인사를 벌인 전(前) 정권에 비하면 캠코더는 별것도 아니라는데, 그걸 적폐로 처벌한 게 누군지 잊었나.

사정이 이러니 정치권과 관가에선 "정권이 바뀌었어도 억지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채워 넣는 등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공감을 얻는 게다.

적폐 청산을 내건 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뺨치는 캠코더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면서도 평등, 공정, 정의를 입에 올리는 건 자기모순이요, 찜찜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