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 24시 편의점은 밤늦은 시간대에 필요한 이웃이다.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떨어져 몇 개 사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물건을 사고 나오는 창문에 작지 않은 천이 걸려 있다. 골목에 새로 생긴 편의점 개점 도덕성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몇 십 미터 내에 새로 생긴 편의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법적인 다툼이야 시일이 걸리고 시비가 해석 나름이겠지만 그 기간 동안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주변이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밤에나 낮에 단체로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떠들썩한 적이 많았었다. 멀리 돌아다니지 않은 요즈음에도 무언가 말을 걸면 모르는 외국어로 답이 온다. 이웃이 달라지고 외방인이아니라 이방인이 더 많아졌다. 다문화를 인정하고 보듬고 지원해야 한다는 다양성의 시대가 요즘이다. 낯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시대가 되었다. 달라지는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다.

　제주를 말할 때 ‘좋은 자연경관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관광지라는 말이 있다 자연유산이니 몇 대 경관이니 하는 곳들의 대부분은 자연그대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다른 유명한 곳들과 차별화한 말이겠다. 그러한 곳과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의 환경이나 경관 보존정책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침신문을 펼쳐드니 환경부에서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해 산 넘어 산이라는 제하에 그 내용은 환경훼손과 난개발 방지를 위해 환경부는 제주국립공원도입계획을 수립하였는바 한라산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오름과 곶자왈, 도립해양공원 등 환경자산을 묶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식사업자와 우도주민은 해양국립공원에 반대의 목소리가 크고 지역주민들은 국립공원이 지정되면 재산권침해와 개발규제로 영농은 가능하나 건축행위규제 등 추가 허가가 필요가 예상되어 반대 한다는 기사다. 거주민들이 불편과 손해에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오므려 사는 섬사람이고 외지인인 개발행위자들은 이를 피해 가며 환경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들의 불편한 단상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지정과 오랜 지속에는 대부분의 국유지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그랬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개인소유가 많고 그 지역에서 조상대대로 삶을 이어온 공동체 지역을 공원으로 묶는 발상은 정책이나 행정력이라 해서 쉽게 접근하려는 발상자체가 무리수이다. 행정은 개인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위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이웃이 달라졌다. 새로 생겼다. 원룸을 빌리러 오는 이들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용법의 설명은 손짓, 몸짓으로 때운다.

　서로가 알고 상통하는 가족과 친지, 이웃과 학연지연의 친구나 지인이 과거의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생경한 이웃이 자리 잡고 자연과 주변 환경마저 바뀌는 세상과의 동거다. 그래도 더불어 사는 세상의 삶에도 공동체적인 문화와 정체성이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