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일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 쓰러져 있던 취객을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던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 소속 강연희 구급대원이 취객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취객은 강 대원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강 대원은 이 사건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 딸꾹질에 시달리다 한 달 만인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강 대원이 숨진 후 유족들은 정부에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해 유족급여를 지급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인사혁신처는 ‘강 대원의 사망을 위험직무순직으로 볼 수 없다’고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인사혁신처의 불승인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3월 4일부터 강연희 소방경이 근무했던 전북 익산소방서를 중심으로 전국 소방공무원 200여 명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인사혁신처장 교체 및 강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을 승인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피는 펜보다 강하다”는 뜻이 담긴 ‘#피_더펜’ 해시태그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피’는 현장근로자의 애환과 땀을, ‘펜’은 정부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상징한다.

　구급업무는 상당히 위험한 업무이다. 긴급 출동하는 구급차 특성상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실제 구급차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많이 다친다. 또한 이송하는 환자들 중 각종 질병자가 많아 질병에 감염될 위험성도 매우 높다.

　119구급대원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주취자들에 의한 폭행이나 폭언에 노출돼 있다. 지난 17일과 20일 제주에서도 구급대원 폭행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 대다수 구급대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을 앓고 있다. 따라서 구급업무는 고도의 위험직무로 인정돼야 마땅하다. 최근 강연희 소방경 유족들은 인사혁신처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부디 인사혁신처의 현명한 판단으로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피_더펜, 피는 펜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