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란 소가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대결을 하기 전 잠시 쉬는 곳을 말한다. 생사가 갈리는 고도의 흥분상태에서도 투우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피난처다. 바쁜 현대인에게도 잠시 숨을 고르고 쉴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트렌드코리아 2019’란 책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케렌시아를 찾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이러한 케렌시아가 오프라인의 특정 장소를 넘어서 SNS사이트 등 온라인에서의 장소로까지 발전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주거의 중요성은 인간의 생존을 좌우하던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실현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안식처, 가장 본질적인 케렌시아로서의 의미가 있어 중요도가 줄어 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03.3%에 달할 정도이지만 아직도 주거여건이 양호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임차료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년층은 자가 거주의 비중이 낮고 월세의 비율이 높다. 청년층이 결혼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로 결혼비용을 꼽고 있고, 이 결혼비용의 대부분은 주거비가 차지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저출산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보증금이 있는 임대차와 보증금이 없는 임대차는 많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 시중 금리보다 높아서 보증금이 없거나 적은 경우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P, Rent to Income Ratio)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소득의 대부분을 월 임대료로 지출하다보니 전반적인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 특히 전세자금보증을 통해 서민들의 주거 마련을 돕고 있다. 자신의 케렌시아가 필요한 사람들이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더 좋은 조건의 임대차계약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