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다. 언제나 그랬듯 시어머니는 올해도 추념행사에 ‘나가 가사주 어떵허느니’하시면 참석하신다.

　내 시댁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둘째아버지는 제주 4·3 당시 마을 청년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나오라는 말에 나가셨다가 그 길이 마지막이 되셨고, 큰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전하셨다가 돌아가셨다. 장성한 두 아들을 연이어 잃으신 시할머니는 세 번째 아들만큼은 고등학교 졸업식도 기다리지 못하고 결혼을 시키셨다. 그렇게 졸업식 며칠 전날 결혼하신 분이 내 시아버지이시다.

　시할머니의 삶도 그리 평탄치 않으셔서 일찍이 돌아가셨고, 시아버지 또한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40대에 홀로 되신 시어머니는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두 분의 제사며, 벌초, 4·3 추념식 참석을 빼놓지 않으신다.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신 후 돌아오지 않으신 둘째아버지가 섯알오름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몇 년 전의 일이다.

　90년 대 초반 대학을 다닌 나에게도 제주4·3은 밝은 햇볕 아래에서 자유롭게 토론되는 주제가 아니라, 저녁시간 강의실에서 숨죽여 이야기하는 주제였다. 순이삼촌과 한국사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제주 4·3은 놀랍고도 믿기 어려운 역사였다.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은 그간 제주 4·3에 대해 책으로만, 또는 업무적으로만 대해왔던 나에 대한 반성이다. 추념식 참석은 늘 시어머니의 몫으로만 맡겨왔던 데 대한 부끄러움이다.

　이제 추념식은 1세대 유가족을 넘어 2세대, 3세대가 참여하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추념식에는 내가 참석하고, 미래 어느 날에는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참석하는 추념식이 됐으면 하는 희망에서 올해 추념식에는 꼭 참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