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결같은 염원인 4·3특별법 개정안이 또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그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법률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행정안전부의 검토 의견과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은 데다 국회 입법전문위원실의 검토의견도 일부 부정적이었다. 4·3 개정법률안이 71주년 추념일 이전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굳게 믿었던 피해자와 유족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도 문제지만, 정부 부처 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법안 심사가 원만히 이뤄질리 없다. 정부가 단일안을 제출한다 해도 여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마당에 각기 다른 의견을 들고 나와 개정안을 심사해 달라니 법안 처리 무산은 보나마나한 일이었다

　특히 배·보상 등과 관련해 행안부는 ‘다른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등을, 기획재정부는 ‘4·3 배·보상시 사회 갈등 유발 가능성,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거론했다. 더구나 국회 입법전문위원실도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보상을 해야 하느냐는 의외의 검토 의견을 냈다. 아직도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정부가 보다 진전된 배·보상안을 내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행안부와 기재부는 이른 시일 내 단일안을 도출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제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원희룡 도정도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무턱대고 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읍소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배·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 미흡한 부분은 법률을 개정한 후 추가로 반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