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제주의 봄이지만 4·3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어제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유족과 피해자들은 또다시 가슴에 맺힌 한을 억눌러야 했다. “올해는 통과 되겠지”하고 굳게 믿었던 추념일 이전 4·3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내용 등이 담긴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데 따른 유족과 피해자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주도민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지만 최대 현안인 4·3특별법 전면 개정법률안은 1년4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어제 추념식에는 여야 5당 대표가 총출동했으며 정부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모두가 오랜 세월 지워지지 않은 유족들의 슬픔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다른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과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특별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무려 3만명(추정)이나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실을 생각하면 국가의 배·보상은 너무나 당연하다. 먼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4·3의 정신인 화해와 상생의 전제조건이 국가의 배·보상임을 통감하고 개정안에 통일된 의견을 내야 한다. 아울러 특별법 개정에 딴죽을 걸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양민을 학살한 잘못된 국가 공권력에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라도 4·3특별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