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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품다
부진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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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8  18: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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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이다. 노인회와 부녀회, 이장과 청년회 등 마을 유지들이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동네 박씨 아들이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고 입원하였단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서 넉넉하지 못한 부모 힘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처지란다. 마을에서 서로 돕기 위하여 그렇게 나섰다고 한다. 인간이기에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는 말이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어려울 때 서로 나누던 문화처럼 단체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마을 모든 행사와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하는 분들이다. 개인의 일까지 당신네 아픔처럼 앞장서서 나서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불행이 늘 함께 따라 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상대방의 불행이 언젠가는 나의 불행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모금함에 몇 푼 넣으려는데 신문사에서 나왔는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나는 사양 했다. 어린이에서부터 나이 많으신 노인들까지 애쓰시는 마음에 비하면 당연한 협조라고 생각해서이다.

 며칠 전 함덕초등학교 전교생이 동전저금통까지 들고 나와서 돕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모는 아픈 아들과 병원에 갖다오다 우리 가게에 뭔가 사러왔다. 나는 “애쓰고 계십니다” 하자 “그래도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납니다” 한다. 작은 성의를 담아 드렸더니 사양하다 감사하게 받는다.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점점 많이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정성껏 전하는 사랑이 쌓여서 어린 생명이 완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부모는 처음 병명을 듣는 순간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천진난만한 어린 아들에게 생명의 위험을 받는 병에 걸리게 되었을까.’ 하고 누군가에게 원망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농촌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꺼져 가는 자식의 생명 앞에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부모 목숨이라도 내놓고 싶었으리라.

 끈끈하면서 훈훈한 사랑의 손길이 읍까지 이어지는 신문을 보면서 어둡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사회가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게 느껴졌다. 이런 삶이 유채꽃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유채꽃은 달이 갈수록 씨앗으로 탄생한다. 씨앗을 해마다 키우다 보면 수 천 배로 늘어난다.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 마을 사랑의 씨앗이 섬 전체로 퍼져서 아름답고 특별한 꽃길이 조성 되는 방법은 없을까.

 세월은 고통과 슬픔을 감싸고 다스리는 길목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보답이라도 하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백혈병에 걸렸던 아이는 학교 다니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닌단다. 의지가 강한 어린이기에 나쁜 균과 싸우며 떨쳐 버리고 있으리라. 어린 새싹도 혹독한 추위 속에서 자라며 거목으로 성장한다. 아픔과 고통을 견디어 온 어린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한 생명에게 도움을 준 과정을 경험삼아 사랑을 나누는 문화가 마을에 단단하게 자리 잡혔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소중한 씨앗으로 그들을 살린다면 서로 뜻을 이루는 문화로 자리 잡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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