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소리가 있다. “이거 좋은 거니까 먹어!”,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애정과 걱정과 응원이 가득 베인 소리다. 그런 말을 듣게 되면 고맙기도 하고, 훈훈해지기도 하고, 또 짜증날 때도 있다. 가족이나 친근한 이들에게 이 말을 들으며 설령 짜증이 나더라도 숨 한 번 뱉어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함 이상일 것이다. 또한 공공의 문제를 두고 누가 “이렇게 해야 해, 다 너희를 위해 이러는 거라니까.”라고 윽박지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니 입맛을 왜 내게 강요해?, 니 좋은 거 말고 나에게도 좋은 걸 얘기해 보란 말야. 근데 니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이나 해 봤어?”

공공의 영역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여론을 모아내고 절차를 마련한다. 이런 과정을 민주주의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정치철학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가는 정치 과정인 것이다. 최소한 ‘니’들이 그걸 안다면 과정으로서 ‘니’들이 무얼 해야 하는지를 좀 더 숙고하길 바란다.

최근 정치꾼들이나 고위 관료들 하는 모양새를 보자면 참 가관이다. 어떻게 늘 니들만 옳은가? 한 가지만 묻자, 니들 속에 ‘이명박근혜’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세상엔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 숫자 이상으로 다양한 역할들이 존재한다. 어느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서 윤리의 기본이 되는 존중과 배려와 공감 같은 덕목들이 강조되는 것이다. 정치를 하겠다면서 ‘가장 파렴치한 자들이 앞에선 이런 덕목들을 내세우고 뒤로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을 정치로 안다’면 그게 어디 정치겠는가, 사기이거나 강도짓이지. 아직까지 이 나라 정치꾼과 관료들 중에 자신의 욕심 보다 ‘니’들이 늘 주인이라 말하는 시민을 위해 더 많은 맘을 바쳤다는 얘길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제주의 얘기로 좁혀 보자. 혹자들은 묻는다. ‘제주에 제주다움이 있는가?’라고. ‘도대체 제주다움이라는 게 뭔데?’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그걸 추상적으로나마 모두가 알고 있고, 구체화하라고 ‘니’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소위 ‘니’들은 어떤 고민 중일까? 제주민을 위한 제주다움,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의 행복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나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일부의 욕심 채우기가 아닌, 한 번만이라도 제주민을 위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까? 만약 그래 보았다면 니들에게 남아있을 양심의 소리에게 전하고 싶다. ‘그랬었다면 지금 그 마음 한 번 보여주면 안 되겠니? 제주의 오름을 거니는 바람과 돌과 뭇 생명들을 위해 그곳을 그대로 좀 놔두면 안 되겠니? 그것들 다 걷어내고 사람들 싸움시켜서 일부의 욕심 챙겨주는 게 정치는 아니잖아. 정치라는 과정이 그래서는 안 되잖아. 민주주의라면서 그 주인인 사람들과 뭇 생명들을 파괴하면 안 되는 거잖아.’

책임윤리를 강조했던 요나스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개발의 문제를 제기하며 ‘윤리적 공백’을 걱정하였다. 이제 우리는 요나스적 사유가 아니더라도, 베이컨적 생각으로 인해 자연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였을 때 생기는 필연적 결과로 세계대전이라는 미친 광풍이 몰아쳤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는 미래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지 말길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요나스에 대한 공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