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주도내에서 10억여원에 가까운 체불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60대 건축 근로자가 분신을 시도하려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6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께 서귀포시 강정동의 빌라 공사 현장 4층에서 외벽 공사업자인 A씨(61)가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려 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건물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A씨에 몸에 불이 붙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 소화기 등을 준비하는 등 비상대기태세에 들어갔다.

상황은 건축주가 체불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면서 상황 발생 1시간 여 만인 오후 7시 40분께 무사히 일단락됐다.

A씨는 1000만원에 가까운 임금을 받지 못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기준 제주도내 총 체불금액은 119억2300만원이며 이 가운데 66억여원은 지급됐고, 사법처리가 진행중인 43억여원을 제외한 10억2400만원이 체불임금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3171명 중 141명(57개 사업장)이 아직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체불사업장 수는 1483곳으로 전년 844곳보다 599곳(68%) 늘었다. 체불근로자 수는 3171명으로 전년 2905명보다 226명(7.8%)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제43조의2, 제43조의3) 규정에 따라 고액·상습 체불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대출을 막는 등 패널티를 주고 있다. 하지만 3000만 원~5000만 원 미만이 대상이기 때문에 소액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