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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국제녹지병원 개원이 무산됐다.

　제주도는 그제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원희룡 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병원측은 조건부 개설허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며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아 개설을 허가한 후 4개월 만이다.

　녹지병원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설이 추진되면서부터 많은 논란과 잡음을 낳으면서 도민사회의 갈등 현안이 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원 도정이 구성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녹지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 영리병원 개원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렇지만 예상을 깨고 원 지사가 ‘외국인 전용’이라는 조건부로 올해 3월 4일까지 개원을 하라고 허가하면서 그 배경에 많은 의혹의 눈길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원 지사는 당시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논란이 더 거셌다.

　녹지병원측이 법적 개원시기를 넘기자 원 도정은 허가 취소 전 청문절차에 돌입, 녹지병원 측의 주장 등을 들었지만 결국 개설허가 취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2017년 8월 녹지그룹이 병원 개설허가 신청을 할 당시부터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도정은 일관되지 않은 행보로 의혹과 논란을 키우면서 도민갈등을 심화시켰다.

　보건복지부도 2015년 제주도를 거쳐 제출된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에 대해 승인을 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관련 당국들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녹지병원은 778억원을 들여 병원 시설을 완공하고 인력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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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길을 돌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허가 취소라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정부도 앞으로 영리병원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제주도가 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원 도정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의 대응이다. 녹지병원 측은 이미 지난 2월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개설허가 취소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소송의 결과는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주도와 JDC 등이 법적 공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개원허가 취소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병원 취소가 되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허가취소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녹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 도정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녹지병원은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영리병원은 안되지만 헬스케어타운은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녹지병원 취소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 도정에 대한 또 다른 평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