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평화란 어떤 의미로 느껴질까. 작년에 진행했던 20~30대 청년들의 토론모임에서 다루었던 주제는 평화였다. 그 중 한 청년은 평화란 국가와 국가 간의 정치적 외교관계에 의해 달성되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인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렇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거대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로 일반인들의 피부에는 쉽게 와 닿지 않는 낮은 공감대의 단어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화는 개개인의 작은 일상 속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들과 함께 꿈과 비전에 대해 토론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에 청년들이 열광하듯, 사람들은 작더라도 확실한 행복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커다란 행복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 또한 불확실하기에 작더라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곳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만족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확행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행복을 얻기 위한 이 시대 청년들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 키워드’ 조사에서 10명 중 7명 이상이 ‘소확행에 공감한다’(75.1%)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82%가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청년들의 행복지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행복과 평화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이 두 단어들은 전혀 다른 의미들로 치부되기 쉽지만 소금의 보존예술 속에서 행복과 평화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공동체적인 의미로만 와 닿는 평화는 사실 우리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더 빛을 바라는 것이 될 수 있으며, 개인적인 가치로 치부되기 쉬운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공동체적인 의미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의 예술로 풀어내는 보존과 균형 ?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 행복과 평화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소금의 보존예술에 대해 짧게 소개하려 한다.

소금의 보존예술 중 면벽(Wall Gazing)시리즈는 벽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말하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 같다’라는 말처럼, 현대인들은 무수히 많은 벽들에 둘러 쌓여 살아가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혹은 시멘트벽부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사랑과 행복, 꿈 그리고 평화 등을 가로막는 벽들까지, 우리가 말하는 벽이란 때로는 물질적이며, 때로는 느껴지기만 할 뿐 손에 잡히지 않는 환영과도 같다. 면벽 작품들은 콘크리트를 연상케 하는 회색빛의 캔버스 위에 다양한 단어들이 쓰인 종이오브제들이 붙여지고 다시 뜯어져 있다. 그리고 뜯겨진 종이들 틈 사이로 드러난 회색 캔버스에는 평화라는 글자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는 우리의 바쁜 일상 속에서 쫓기게 되는 업무, 스트레스, 압박, 초조함, 슬픔 등의 단어들을 걷어내고 그 너머에 보이는 행복과 평화를 바라보는 과정을 담고 있다.

면벽 작품시리즈 중 ‘바타클랑 극장’(2018)은 프랑스 파리테러사건 2주기 추모 식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소금 퍼포먼스를 기록한 작품으로, 소금은 극장 앞 시멘트 바닥에 불어, 영어, 한국어로 쓰인 평화라는 글씨 위에 보존의 의미로 덮였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Les Inrocks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멀리 한국에서 프랑스 파리의 시민들을 위로하고 평화가 보존되길 기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파리의 시민들도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해줬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면벽작품들은 그 환영과도 같은 벽을 우리의 눈앞에 재현시키고 이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벽을 담담히 바라보는 심신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면벽의 행위와도 같다. 벽을 바라보는 것도, 삶에 행복과 평화를 바라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주변의 다른 이들이 불행할 때 곁에서 나 홀로 행복해질 수가 없듯이, 개개인의 마음속과 일상에 평화로움이 느껴질 때 비로소 사회에도 평화가 찾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소확행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그 외의 다른 행복들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내 자신과 다른 이들의 행복, 그리고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순간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