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 하여 완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기 소진열전에 ‘장승요가 금릉의 안락사 벽에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꿈틀거리는 몸뚱이와 번쩍이며 날카로운 비늘, 여의주를 움켜쥐고 있는 억센 발톱을 가진 용을 그렸는데 눈동자가 없었다. 그는 말하기를 “그림에 눈동자(점)을 그려 넣으면(찍으면) 용이 벽에서 튀어나와 승천할 것이기 때문이오.” 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막말을 해 대며 용의 눈을 그리라고 요구 하였다. 이에 장승요는 한 쌍의 용 눈에 눈동자들 그렸다. 그때 천둥과 번개가 내리쳐 벽을 부스고 용이 승천하였다 한다.

필자가 일본 법륭사 사찰 벽화를 보았다. 고구려의 승려인 담징이 일본에 건너갔을 때 그의 실력이 뛰어나 단 말을 듣고 법륭사 사찰 벽화를 부탁하였다. “내가 그림을 다 그리기 전 까지는 내부를 들여다보지 마시오.” 담징이 말에 의심이 생긴 법륭사 승려가 내부를 들여다보자 벽화를 그리던 담징이 새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한다. 신라 24대 진흥왕(540~576) 때의 화가 솔거는 황룡사 사찰 벽에 노송을 그려 놓았는데 살아있는 소나무 인줄 알고 새들이 날아와서 벽화에 부딪쳤다 한다.

시시콜콜한 것 같은, 그러면서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은 설화를 앞면에 내세운 건 ‘줄탁’을 말하고자 함이다. 줄탁은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 닭이 병아리 우는 소리를 듣고 화답하여 쪼아 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위치를 쪼아주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병아리는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니 화룡점정과 다를 바 없음이다.

백두산 흑룡 설화, 밭에 오곡이 무르익고 강에 고기떼가 헤엄치고 산에 새와 짐승들이 많이 살고 있는 풍요로운 곳에 심술 사나운 화룡이 나타나 개천의 물을 말려 버리니 곡식들은 노랗게 말라들었고 나뭇잎이 쪼글쪼글해지고 밭이란 밭은 갈라져서 거미줄처럼 된다.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삽질 곡괭이질을 했기에 마침내 샘물줄기를 찾아내고…. 나쁜 짓을 하던 화룡은 동해(물)로 도망치니 백두산 구덩이에 많은 물이 꽉 차서 천지가 됐다는 이야기를 되새겨보며 화두를 제주도 칠용(용이 일곱 마리)으로 돌려 보니 형체가 있는 용은 네 마리, 형체가 없는 용은 세 마리(가뭄을 이겨낸 용연, 물놀이한 용수, 환경파괴를 꾸짖다가 밖으로 나온 용천수)가 있다. 그 중 형체를 띈 용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보았다.

용두암은 한라산을 휘젓고 다니다 노한 한라산신과 싸우다 바다에 빠져 용두(머리)가 되었고, 용머리는 중국 고(호)종달이 탐라인물의 명을 끊으려 휘두른 칼에 처참히 쓰러져 몸통이 잘려 나갔고, 흑룡만리는 설문대할망에게 벌을 받아 뭍으로 나와 자신의 비늘로 옹기종기 쌓아 돌담이 되었고, 사방신 흑룡은 세심한 손자국의 힘으로 세상 최초로 자신의 내부를 세상에 내놓은 빌레가 되었음이니 이들의 근원을 보면 모두가 개과천생 할 타이밍을 놓쳐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아 나중에야 후회의 반성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말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막말을 잘해야 출세하는 세태다. 듣기도 거북하고 말하기는 더더욱 조심해야할 막말(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국 최고 권력자를 흉내 내는 판박이오, 그렇게 해 대는 사람이 꽤나 높은 사람이 되는 걸 목격함이니 이제 막말이랑 그만두고 해학(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이란 설화 글자로 화룡점정할 타이밍을 찾아보자. 이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