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이익단체 회원들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시위 군중의 이면에는 대부분 자기네 밥그릇 챙기기에 모아진다. 심지어 흔히 ‘출세한 사람’ 또는 지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변호사들도 머리에 띠를 잔뜩 동여매고 거리에 나섰다. 최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선 두 개의 변호사 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려 충돌 직전까지 갔다.

시위에 참가한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200여명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더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바로 그 옆에선 로스쿨 재학생·졸업생들로 구성된 '로스쿨 원우협의회' 회원들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제한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원우협의회 측은 민주노총이나 행하는 삭발식까지 했다.

로스쿨은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 법과대학원으로 2009년 도입된 제도다. 3년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 시험을 거치는데 로스쿨 정원의 75%가 합격권에 들도록 정부가 장치해 놨다. 사법고시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법조인(변호사·판·검사)이 될 수 있는 길은 로스쿨 졸업자로 일원화됐다.

로스쿨 시행으로 변호사 숫자는 날로 늘어나는 데 비해 수임 사건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변호사 업계에선 “다른 소규모 자영업자처럼 희망이 없다"고 탄식한다. 2009년 1만1천명 수준이던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이후 올해 2만4000명 선까지늘어났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어 이런 하소연이 나오는 게다. 법률시장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과, 새로운 법률시장을 개척하려는 로스쿨 변호사들간의 극심한 ‘사건’ 수임 쟁탈전으로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데모하는 게다.

로스쿨 원우회 측은 "변호사 시험을 전면 자격 시험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큰 이유는 날로 떨어지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 때문이다. 처음 로스쿨 설치 당시 변호사 함격자 수는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로 고정했다. 이 제도가 시행된 후에 변호사 숫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수의 인원으로 짭짤한 재미를 봐오던 기존 변호사 업계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쏟아지자 로스쿨 변호사 합격선을 제한·감축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런 결과로 정부는 로스쿨 변호사들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곧 로스쿨 출신 변호사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49%까지 떨어졌다. 이에 로스쿨 원우회는 합격률을 당초 약속대로 지키거나 아예 합격자 수 제한을 없애고 일정 점수만 넘으면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들 두 단체의 대립의 속내는 기실 기존 변호사들과 로스쿨 출신 신생 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연유한다.

집회가 열린 동안 변호사회관 일대는 양쪽의 확성기 소리가 뒤엉켜 매우 소란스러웠다. 급기야 경찰이 동원돼 겨우 질서 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참 생뚱맞다.

제주지역에도 로스쿨 시행이후 1970-80년대 10여명에 그치던 변호사가 이젠 120명을 넘어섰다. 숫자가 적을 당시엔 변호사끼리 형님, 동생, 선배.후배 하던 정겹던 사이가 이젠 얼굴도 잘 몰라 법정에서 눈인사도 안한단다. 과거엔 변호사를 행정기관 등에서 채용할 경우 서기관(4급) 대우를 해주던 것을 요새는 7급 대우로 낮췄다. 그래도 응시자들이 몰려든다.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는 수요자들도 어떤 실력있는 변호사를 가려내 사건을 맡겨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