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으나 언제인가부터 제주바다 생태계는 점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 현상은 해양환경이 변화된 결과물로서 범지구적인 문제로 해수온 상승이 주된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활동 영역의 지속적 확장도 어떠한 방식으로 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가지 않은 시기에 제주는 완전한 아열대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기도 하고 있다.

　변화의 징조는 이미 여러 곳에서 예측할 수 있는데 해양생산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해조류의 분포변화가 그 한 사례일 수 있다. 제주바다는 세계적으로도 종다양성과 자연생산력이 높은 어장이지만 지금은 대규모 해중림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등 사막화지역이 확장되고 무성한 해조류가 덮여있던 자리는 부착성이 강한 말미잘 등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해조류의 서식처는 더더욱 위태롭게 되어가고 있다.

　이미 FAO(세계식량농업기구)가 기후변화는 서식종의 교체와 생태계 중심이 이동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한 바 있듯이 지금의 제주바다는 토착종과 새로이 이주되어 오고 있는 아열대성종간에 서로 섞임 현상으로 치열한 생태적 혼란을 겪고 있지만 결국 유입종들의 정착과 지역 토착종들이 수온이 낮은 곳으로 이동됨으로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더불어 해녀들이 삶의 현장인 마을어장도 전복, 소라 등 전통적인 주요 어획종의 감소로 인해 주요 소득원이 바뀌고 어촌도 많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어 제주도의 전통적 어촌문화기반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제주만이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변화되는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대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변화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의 활동영역의 확장 즉 도시팽창, 육역개발 그리고 각종 오염원의 해양유입 등에서도 영향을 받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던 이들 영향요인이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 중 가장 최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변화와 인간영역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황폐화는 단순하게 어업생산력의 저하만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생태계를 변질시킬 수 있고 후손들에게는 너무도 많은 부담을 껴안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제주도의 가치는 바다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 앞으로 육역개발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바다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사전환경영향평가에 반드시 해양환경영향을 평가토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환경변화 요인을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바다생태계에 대한 정밀한 정보의 확보, 환경관리를 위한 제도화 된 체계의 구축과 함께 범 도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고 얼마나 실천해 나가는가에 따라 제주도 바다는 또 다시 건강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거듭날 것이다. 풍요로운 인간의 삶을 위한 여러 개발효과가 어떤 분야에서는 무모한 희생을 강요받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