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돗물은 지하수가 대부분이다. 화산암반수여서 맑고 깨끗해 최고의 수돗물로 꼽힌다. 그러나 수돗물에 대한 도민 만족도는 높지 않다. 지난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한국사회과학진흥원에 의뢰해 실시한 도민 대상 수돗물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대답은 50.2%에 지나지 않았다. 낡은 수도관 문제(51.8%), 소독냄새와 이물질(25.1%), 막연히 불안해서(10.1%), 상수원 불신(7.9%) 등이 수돗물을 먹지 않는 주된 이유였다. 수돗물을 음용(52.8%)은 하지만 직접 음용은 8.6%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끓여서 마시고 음식물 조리 등에 사용한다고 했다.

　제주 수돗물은 해마다 실시하는 수질 검사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고 있다. 중금속, 농약 등 인체 유해물질도 전혀 검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도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노후 수도관 때문이다. 낡고 녹슨 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100%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

　물론 현재의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깨끗한 수도관의 물과 똑 같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벌겋게 녹슨 수도관을 직접 목격하거나 떠울리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제주도는 무턱대고 “음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만 강조할 게 아니라 대대적인 노후 수도관 교체사업에 들어가야 한다. 선심성, 과시성 사업에 집중하는 노력을 낡은 수도관 교체 사업으로 전환하면 조기 교체가 가능하다.

　소극적이고 무사안일한 찔끔찔끔 수도관 교체사업으로는 수돗물에 대한 도민들의 오랜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 수돗물 음용율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수돗물 관련 조례 제정 역시 적극 검토해 수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