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 이 제도 하나만 주민투표에 붙여 도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원희룡 도정의 전략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현행 행정시장 제도는 2개 시로 통합한 행정시장 도입과 기존 4개 시·군 체제(기초단체) 유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토록 한 주민투표에 의해 도입됐다.

　따라서 행정시장 직선제 하나만 제시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도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당연히 기초단체 부활까지 포함해 두 가지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제주도의회 역시 행정시장 제도가 기초단체 존치와 함께 주민투표에 붙여 결정된 만큼 행정시장 직선제 역시 기초단체 부활까지 넣어 도민이 선택토록 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대의기관이 될 수 있다.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 제도가 사실상 실패하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 행정시장 직선제다. 하지만 이 역시 법인격이 없고 도지사의 지휘를 받는 현행 시장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원 도정이 행정시장 임명제도를 개편하라는 도민들의 요구에 떠밀려 마련한 안이지만 도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원 도정의 뜻대로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바꾸고 논란끝에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행정시장의 한계성과 기초단체 부활을 둘러싼 의원들 간 유·불리 이해관계 때문에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해도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상위직 등 중요한 인사권과 예산권은 도지사가 쥐게 된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해선 안 된다. 도민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원칙대로 기초단체 부활까지 포함한 주민투표 실시로 의견을 통일시켜야 한다.